공짜 강의료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강의를 한 시간도 하지 않은 초빙교수·전문교수 등 비전임직 교수들에게 거액을 지불해 화제(?)다. 카이스트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에게 제출한 ‘2008~2010년 비전임직 교수 채용 현황’에 나왔다. 이 자료에 전문교수 18명, 초빙교수 138명 등 비전임교수 156명이 지난 3년동안 받은 연봉과 학기별 강의 시간이 담겼다.

 

카이스트는 3년 동안 비전임교수들에게 83억7천360만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강의를 한 시간도 하지 않은 21명은 연봉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똑같이 강의를 하지 않았는데도 초빙교수와 전문교수 65명은 연봉을 22억6천393만원이나 받은 점이다. 65명 가운덴 전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우식 전 과학부총리는 강의를 한 시간도 하지 않고 3년 동안 8천만원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이규성씨도 전일제 초빙교수로 6천만원,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강의 없이 3천160만원을 지급받았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등 적은 시간의 강의를 하고 거액을 받은 전직 관료들도 있다. 시간당 4만원 안팎의 강사료를 받는 7만여명의 시간강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카이스트는 교과부로부터 출연금 형식으로 매년 수천억원을 받는다. 이 돈은 카이스트의 경상 운영비와 일부 연구비로 쓰인다. 카이스트는 교과부 예산 외에도 기업으로부터 산학연구비와 후원자들로부터 기부금 등을 받는다. 그런데 카이스트가 “자문료와 학생지도비가 포함됐고 김 전 부총리는 2008년 교내에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을 설립할 때 도움을 주었다”고 이상하게 해명했다. 그렇다면 김 전 부총리에게 준 돈은 대학원 설립에 따른 사례비란 얘기인가.

 

국민의 혈세를 받아 운영되는 카이스트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을 초빙교수로 채용해 강의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거액의 수당을 지급한 것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무시한 처사다. 조속히 감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강도 높은 제재를 해야 된다. 세금을 펑펑 쓴 카이스트도 그렇지만 공짜 강의료를 냉큼냉큼 받은 인사들의 양심도 속이 보인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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