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토피아 유동근 사장 시흥서 칼갈이 봉사 입소문 단골(?) 늘면서 전국서 주문
봉사라는 바이러스는 인종은 물론 국경까지도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하고 많다. 음식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될 주방용 칼을 무료로 갈아 주는 봉사를 펴는 이가 여기에 있다. 시흥시 정왕동에서 전기·냉난방 에너지 절감 전문기업인 ‘에너토피아’를 경영하는 유동근 사장(48)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다니다 창업한 그는 “전기요금 절감 상담을 위해 한 사회복지지설을 방문했다 우연히 주방에서 요리하는 조리사가 칼날이 무뎌 음식재료가 잘 썰리지 않는지 짜증나는 표정으로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칼갈이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칼갈이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현장에서 칼을 갈았는데 소음이 나고 쇳가루가 날리는 등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그는 고민 끝에 한 지인의 건물 계단밑을 빌려 칼갈이에 필요한 도구인 그라인더, 숫돌 등을 갖춘 10㎡의 작은 작업공간을 마련했다. 그는 그 뒤부터 사회복지시설 등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무뎌진 칼을 작업장으로 거둬 들여 칼갈이 과정을 거쳐 날선 칼로 변모시켜 되돌려 주고 있다.
그는 칼갈이를 주기적으로 하기 위해 일시, 대상, 시간, 수량 등을 빼곡히 적은 `칼갈이 일지'도 쓴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은 시흥·안산시 일원 사회복지시설과 군부대 등 20여곳에 달한다.
“처음엔 한두 번 오다 말겠지 하던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이 이제는 칼이 무뎌지면 전화로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한 그는 “잘 드는 칼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면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어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라북도에 있는 한 사회시설에서 보내 온 칼을 갈아 택배로 부쳐 주고 있다는 그는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면 봉사지역과 영역을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우리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나눠주고 있을 뿐”이라는 그는 오늘도 작업장에서 칼을 갈면서 연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흥=이동희기자 dhlee@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