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비는 겨울을 부른다. 비를 머금은 도심 속 낙엽이 싱그럽다. 낙엽 속 단풍이 영롱하다. 가로수 잎마다 단풍이 곱다. 느티나무며 벚나무 잎은 적록 단풍, 은행나무 잎은 노랑 단풍이 든다. 단풍은 낙엽의 전주곡이다. 보도에 수북이 쌓인 낙엽, 나뭇가지의 단풍잎들이 늦가을 도심의 정취를 물들인다.
길 가다가 낙엽을 손으로 끌어안던 두 여고생이 마침내 나물 흔들어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손뼉을 치고 탄성을 지르는 거리, 수원시 장안구청 앞은 낙엽의 거리다.
5월은 나뭇잎이 새 순을 트는 신록의 계절이다. 11월은 단풍잎이 지는 낙엽의 계절이다. 1년 열두 달 가운데 여섯 달을 피고 지면서 세월을 재촉한다. 이 달이 가면 또 한 해가 훌쩍 넘어가는 12월이다.
낙엽을 노래했다. ‘낙엽을 긁어모아도 북풍의 싸늘한 망각의 어둠 속으로 몰아가 버리네 추억과 회한도 저 낙엽과 같은 것’은 이브 몽탕이 영화 ‘밤의 문’에서 부른 ‘낙엽’이란 샹송의 일부분이다. 국내 가요도 있다. ‘거리마다 낙엽이 쌓이면 어쩐지 나는 눈물이 어려요, 가까이 와요 외로워지면 나 여기 있고 우리는 영원한 연인 낙엽 쌓이는…’ 노랫말은 최진희가 부른 ‘낙엽’의 한 대목이다.
낙엽은 슬픈 것인가, 슬픈 노래가 많다. 낙엽은 사라진다. 낙엽 지게 만드는 차가운 바람이 불기도 해서 슬프게 느껴지는 게 사람의 정서일지 모른다. 하지만 낙엽이야말로 늦봄에 신록으로 시작해서 여름철 이파리 구실을 다하고 늦가을 단풍으로 마치는 나무의 성장 동력이다. 낙엽은 내년을 위한 나무의 겨울잠 채비인 것이다.
뭔가에 쫓기듯이 바쁘게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세월을 실감하는 늦가을의 거리에서 하늘을 본다. 하늘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늘은 한결같아서 다름이 없는데, 땅위 인간사는 한 해가 다르다.
낙엽은 새로운 시작의 예고다. 새 희망을 전제한다.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라는 고시조가 있다. 낙엽이라고 해서 잎이 아닌 것은 아니다. 도심의 거리에 뒹구는 단풍낙엽이 무척 아름답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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