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반려동물은 약 200만 마리로 추정된다. 1998년 외환위기가 수습된 이후 다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늙은 동물일 것으로 생각된다. 수의사들에 따르면 개의 경우 평균수명이 15살 안팎인데 10살을 넘으면 크고 작은 병에 걸린다. 늙은 개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유기동물이 2002년 1만5천958마리에서 지난해 8만2천658마리로 5배 이상 늘었는데 상당수가 노령견임에서 알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늙은 동물은 기르지 않으려고 한다. 죽음의 과정에서도 노령견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개가 병들면 안락사로 처리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문제는 동물들이 죽은 뒤의 일이다. 폐기물관리법은 죽은 동물의 사체를 쓰레기, 오니, 폐유 등과 함께 ‘폐기물’로 규정한다. 다른 폐기물처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동물병원이나 연구기관에서 배출된 동물의 사체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된다. 반면 동물 사체를 주변의 야산이나 언덕 등에 묻으면 ‘불법 매립’에 해당된다. 지정된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에 큰 피해를 유발하지 않고 법 감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불법 매립 행위를 거의 처벌하지 않는다고 한다.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장묘업체가 양성화되면서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경기도와 부산에만 있을 뿐더러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 서민층이 이용하긴 부담스럽다. 보통 작은 개의 화장 처리 비용은 20만원 안팎이고, 대형견으로 갈수록가격이 큰 폭으로 뛴다. 일부 동물병원의 경우 ‘단체 화장’이라는 이름으로 처리해주기도 한다. 1㎏당 4천~5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하지만 다른 의료폐기물과 함께 소각돼 반려인들을 서글프게 한다.
애니멀 로스(animai loss)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일컫는 말로, 인간과 동물이 죽음을 매개로 교감하는 과정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처음 기를 때 자연사할 순간까지 보살핀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늙으면 안 그런다. 하기야 사람도 늙으면 푸대접하는 게 요즘 세상인데 늙은 개를 어떻게 한다고 하여 탓할 순 없는 노릇이다. 늙으면 아프다 죽는 건 인간이나 반려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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