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미 선수

임신한 여성을 보면 외경스럽다. 나라를 위해 애쓴다는 생각도 든다. 출산율 저하가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사격 2관왕 김윤미 선수(28·서산시청)는 광저우아시안게임의 헤로인이다. 임신 7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여자 공기권총 10m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을 석권했다. 그러나 화약권총엔 출전하지 않았다. 공기권총과 달라서 소음과 반동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원려에서다.

 

1920년 앤트워프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스웨덴의 매그다 줄린 선수가 임신 3개월의 몸으로 금메달을 땄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선 독일의 스켈레톤 선수가 임신 2개월의 몸으로 출전했으나 아깝게 메달권엔 들지 못했다.

 

임신한 선수의 출전 전례가 이처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임신 2~3개월과 7개월은 또 다르다. 배가 불룩한 임신 선수로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캐나다의 크리스티 무어 선수가 있었으나 김윤미 선수보단 몸이 가벼운 임신 5개월이었다.

 

김윤미 선수는 경기 도중 어려운 고비에 처할 때마다 뱃속의 아기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역전으로 우승을 장식했다. 애기와 더불어 금메달을 일구어낸 것이다.

 

동갑내기 신랑과 화촉을 밝힌 것이 지난해 12월이다. 임신한 주부선수로 애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편의 이해심이 큰 도움이 됐다. 김윤미 선수는 “애기에게 선물될 것을 꼭 갖고 오라”는 남편의 격려에 “쌍금메달을 갖고 가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김윤미 선수 부부는 애기를 일찍 낳기로 했다고 한다. 애기를 늦게 갖는 것도 신혼설계의 방법이지만, 빨리 낳아서 얼른 키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자신의 일을 위해 결혼을 늦추는 여성들이 있고, 또 일을 위해 임신을 늦추는 주부들이 있다. 이에 비하면 김윤미 선수는 2관왕의 선수생활과 곧 출산할 아이까지 가진 결혼생활을 훌륭히 병행했다. 한국의 스포츠 야사에 전설적 기록이 될 만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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