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방값 때문에 학교서 살아요”

대학가 ‘동아리방 기숙’

기습추위에 난로 켜 논채 취침 화재 위험… 학교 “사정 어려워 내쫓기도 힘들어”

 

반짝 추위가 기승을 부린 15일 오전11시께 L씨(24)가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수원 A대학교의 한 동아리방. 30여㎡규모의 비좁은 공간에는 군용침낭과 전기난로, 책, 세면도구 등 잡동사니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동아리방 한켠에 자리잡은 라디에이터 위에는 L씨가 빨아놓은 듯한 양말과 수건이 널려있어 L씨가 꽤 오랜기간 이곳에서 생활했음을 짐작게 하고 있었다.

 

이처럼 L씨가 비좁은 소파와 군용침낭, 전기난로에 의지해 동아리방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1년여동안 살던 원룸 월세가격이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뛰면서부터다.

 

L씨는 당초 방을 구할 때까지 동아리방에서 생활 할 계획이었지만 조건에 맞는 방을 구하지 못하면서 3개월째 이곳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L씨는 “처음부터 오래 있을 계획은 아니었지만 돈도 절약할 수 있고 생활에도 큰 불편이 없어 여기서 계속 생활하고 있다”며 “학교 주변 방값이 많이 오르면서 나처럼 방세를 아끼기 위해 동아리방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갈 B대학교에 다니는 S군(26)도 지난달 고시원에서 나와 동아리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휴학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어놓은 생활비가 바닥나 매달 20만원에 달하는 고시원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S씨는 두꺼운 이불과 전기난로로 추위를 피하고 빨래와 샤워 등은 친구가 사는 고시원에서 해결하며 힘겨운 동아리방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동아리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도내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는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해 학교 주변 방값이 오르면서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각각 30여개 동아리가 있는 수원A대학교와 신갈B대학의 경우 10명 가까운 학생들이 동아리방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대학교 관계자는 “최근들어 동아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전기난로로 인한 화재위험이 있어 가급적 자제토록 하고 있지만 방세가 없다는 학생들을 쫓아내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