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대사 ‘심은경’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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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와 한국의 인연은 남다르다. 1975년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1977년까지 충남 예산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면서 외교관시험에 합격, 1978년 외교관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 이름 ‘심은경’은 동료 평화봉사단원과 교사들이 함께 지어준 이름이다. 주한미국대사관 정무팀장(1984~1987년), 부산 미국영사관 선임영사(1987~1989년)를 지낸 그는 2008년 주한미국대사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한국어가 유창한 스티븐스 대사는 ‘한국을 가장 잘 이해하는 주한미국대사’로 평가 받는다. 지난 10월엔 한미관계 강화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아 미국 외교관으로는 두번째 고위직인 ‘경력공사(career minister)’에 임명됐다.

 

대사 부임 직후 더 많은 한국인과 소통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 ‘cafe USA’와 블로그 ‘심은경의 한국이야기’를 개설해 총 90여편의 글을 연재했는데 이미 5만6천여명의 누리꾼들이 다녀갈 정도로 호응이 높다.

 

주로 일요일 저녁에 영어로 쓴 스티븐스 대사의 글은 월요일 오전 대사관 직원들과 회의를 거친 후 원본과 함께 한국어로 번역돼 업데이트 된다. 여행에서부터 각종 행사 참여 후기 등 소소한 일상에 관한 글이 많지만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글의 소재는 다양하다. 자전거타기와 등산·여행 등을 통해 만난 사람, 느낀 감정, 찍은 사진들이 글감이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김대중·노무현 두 전 대통령 서거, 지방선거와 천안함 사건,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 월드컵 등 한국인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거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들에 대한 단상도 빠지지 않는다.

 

스티븐스 대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글들을 바탕으로 최근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란 책을 출간했다. 그는 “한국에는 다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인의 영혼이 담긴 정(情)입니다”라며 한국 사람들의 훈훈한 정을 이야기한다. 정이야말로 한국의 장점이자 진정한 아름다움이고, 그 정을 듬뿍 안겨주는 사람들은 가장 한국적인 영혼을 보여주는 표상이라고 말한다. ‘심은경 주한미국대사’의 이런저런 모습이 모두 정겹게 보인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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