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5천만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휴대폰은 우리 생활에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지만 교체주기가 짧은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TV나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보통 5년 이상씩 사용하지만 휴대폰은 2~3년 안에 교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최근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그 주기가 더 짧아져 교체되는 휴대폰이 매년 1천만 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중 잘 회수돼 재활용되는 것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매년 500만 대가량의 폐휴대폰이 함부로 버려지거나 서랍 속에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폐휴대폰이 생활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땅속에 묻힐 경우 납·카드뮴·비소와 같은 유해물질이 토양을 오염시키고 지하수로 흘러들어 우리가 먹을 물을 위협하는 점이다. 휴대폰의 주요부품인 LCD를 소각하는 경우엔 고엽제의 주요 성분인 다이옥신과 퓨산이 나와 우리 건강을 해치게 된다. 폐휴대폰의 피해를 막는 건 재활용이 최선의 방법이다.
휴대폰과 같은 전기·전자제품은 여러 종류의 재료로 이루어져 있어 재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특히 휴대폰 속 전자기판에는 금·은·구리 등 유기금속이 많이 사용돼 있어 폐휴대폰 100대만 모으면 1돈(3.75g)짜리 금반지를 만든다고 한다. 재활용 기술이 더욱 발전되면 폐휴대폰에서 다양한 금속까지 재활용하여 산업발전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멀쩡한 제품을 버리고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는 일을 먼저 줄여야 되지만 폐휴대폰 수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휴대폰을 다른 제품으로 바꿀 때 구입처에 맡기는 것은 손쉬운 방법이다. 크기가 작아 아무 데나 방치되기 쉬워 개개인이 신경 써서 수거 장소에 내놓는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정부가 휴대폰 제조사, 이동통신사 등 기업과 힘을 합치면 힘들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매년 실시되었던 폐휴대폰 수거 범국민 캠페인을 통해 올해는 106만 대를 수거했다. 자원도 재활용하고 수익금으로 불우 이웃도 도왔다. 국민이 버려지는 휴대폰 한 대씩만 잘 모아 재활용하면 그것이 바로 녹색성장의 첫걸음이다. 휴대폰 소지자들이 지금이라도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휴대폰이 있지 않나 한번 찾아볼 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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