뺀질이 옆에
뚜껑
내 동생 뚜껑 옆에 아직도
강력(强力)이 넘치는 엄마랑
진이 다 빠진 장구벌레같이
물가에 맴돌다 버둥거리는 2분지 1 같은
정호 아저씨 말을 빌자면
천사처럼 금세 없어지는 우리 아빠랑
그 옛날 빛바랜 스냅 사진 한 장 같다. 달동네 어느 집 가족사진 같다. 가장이 ‘2분지 1 같은’ 반편이라 밀리고 밀리어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집이다.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는 곳에서 아빠는 왜 또 자꾸 없어지나, 사진을 찍다말고 없어진 아빠. 축대 위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뻑뻑 빨아대는 아빠. 몽글몽글 올라가는 담배연기는 허공에서 금세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천사처럼. <이덕규 시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