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에 고깃국

7·4 남북공동성명이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 발표됐던 게 1972년이다. 외세, 무력배제의 평화통일과 사상 이념 제도를 초월한 민족적 대단결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남북적십자회담이 성사되고 서울-평양간 직통전화 개설, 남북조절위원회가 구성됐었다.

 

이해 여름에 박성철 북측 총리가 서울에 왔을 때다. 박성철은 초저녁에 어딜 가보고 싶다면서 서울시내 약수동에 안내 해달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약수동 산비탈엔 무허가 건물투성이의 달동네였다. 이윽고 어느 허름한 집에 들어선 박성철은 두가지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마침 그집 가족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쌀밥을 TV를 보며 먹고 있더라는 것이다. 북에선 좀처럼 해선 어려운 흰 쌀밥이며 TV를 가난뱅이 동네에서 예사로 누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쌀밥에 고깃국, 기와집에서 비단옷”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이 김일성이다. 김일성이 생전에 새해가 될때마다 내건 단골 매뉴다. 김정일 역시 한동안 그랬다. 그런데 이번엔 김정은이 이같은 말을 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6일자 보도로 전했다. 그의 고모부며 김정일 사후 김정은 후견인이 될 장성택이 주재한 어느 경제 관련 회의에서 김정은이 “3년내 인민경제를 회복시켜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사는 생활수준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평양집단은 연평도 사태 도발 이후 대외적으로는 대남협박과 함께 대내적으로는 자립경제를 부쩍 내세운다. 김정일의 공장 기업소 현지 지도는 자립경제 강조로 일관하고 있다. 김정은의 쌀밥에 고깃국은 김정일의 자립경제와 연관된 말이다.

 

북녘 동포가 그들 말처럼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사는 형편이 되면 좋겠다. 그러나 전보다 살기가 더 어려운 형편에서 곧 나아질 것으로 보긴 어렵다. 북측은 원유를 비롯한 각종 물자며 생필품의 70%를 중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1950년대에 미군 물자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판치던 것과 비슷하다.

 

북녘동포가 쌀밥에 고깃국을 못먹는 것은 평양집단이 대남 동포를 겨냥한 핵 등 대량 살상무기 개발의 군비 확장에 혈안이 된 연유가 크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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