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악재 ‘연평도 포격’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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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은 세계 축구를 좌지우지한다. 회원국 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보다 많은 208개국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는 셈이다. FIFA는 월드컵을 비롯해 남녀 연령대별 축구대회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FIFA는 자신들의 지시와 규정을 거부할 경우 어떤 나라, 어떤 팀을 막론하고 강력한 제재를 내린다. 어떤 국가도 축구에 관한 한 FIFA의 권위에 함부로 대항할 수 없다. FIFA의 최고 결정기구는 집행위원회다. 총 25명으로 임기는 4년이다. 회장, 부회장 등 7명의 회장단에 나머지는 대륙을 대표하는 임원들로 채워진다. 아시아 4명, 유럽 9명, 남미 3명 등 대륙별로 쿼터가 있다. 아시아 4명 중 1명이 정몽준 FIFA 부회장이다. 사무총장을 뺀 24명이 투표권을 갖는다. 월드컵 개최지 결정 등 중요 사안이 모두 여기서 이뤄진다. 소수이지만 권한은 막대하다.

 

2022년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를 희망한 한국이 지난 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 무대에 섰다. FIFA 집행위원, 세계 각국 취재진에게 유치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자리로 주어진 시간은 30분이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김황식 국무총리, 한승주 월드컵 유치위원회 위원장, 정몽준 FIFA 부회장이 연단에 올랐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축구가 필요하다고 모두 비슷하게 말한 것으로 외신이 전했다. 영상물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 정상들과 만나는 사진, 정몽준 부회장이 축구계 거물들과 함께 있는 모습 등을 소개했다고 한다. 한국 유치위원들의 활동 평가는 엇갈리지만 연평도 포격 사실을 공개적으로 전한 부분은 얘깃거리다. 유치위원들은 그만큼 한반도에 평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하려고 했겠지만 외국인들에겐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을 걸로 여겨진다.

 

AP통신이 한국을 ‘아웃사이더’라고 혹평할 정도로 준비가 밋밋했다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스위스 프레젠테이션에서 한국 측의 치명적인 악재였다. 월드컵 유치 방해의 하나로 간교한 북한이 치밀한 사전 계획을 세워 그 만행을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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