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하성면 가금리에 있는 해발 155m의 봉우리 ‘애기봉(愛妓峯)’에서 맑은 날 북녘을 바라보면 북한의 선전마을과 개성 송악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있어 6·25전쟁 당시 남북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1·4 후퇴 이후 해병 독립 5대대가 중공군 · 인민군과 50여 차례나 격전을 치르며 지켰다. 지금도 해병 2사단 소속 청룡부대가 관할한다. 원래 쑥갓머리산이었으나 1966년 이곳을 들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병자호란 때 평양감사와 사랑하는 여인의 애달픈 일화를 듣고 ‘애기봉’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휴전 협정 체결 이듬해인 1954년 해병대가 이곳의 소나무를 이용해 작은 성탄 트리를 만들었으며 1971년 현재의 높이 30m 등탑을 설치했다. 크리스마스 때는 북녘을 향해 대형 트리를 세우고 성탄 예배를 드렸지만 2004년 6월 열린 제2차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때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선전활동을 중지키로 한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북측이 “애기봉 철탑과 자유로 차량 불빛이 우리를 가장 자극한다”며 철거를 요구했고, 우리가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을 자행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올 성탄절을 기해 애기봉 등탑에 다시 성탄트리를 만들고 점등식을 갖자고 제의한 데 군(軍)이 흔쾌히 받아들인 연유다. 다른 종교단체들이 등탑 점등을 요청해도 허가할 방침이라고 한다. 애기봉의 등탑 설치 허용은 군의 대북 심리전 활동이 재개된 것과 무관치 않다.
애기봉 성탄 트리 재점등은 종교적, 정치·군사적으로 의미가 각별하다. 한국 교회는 6·25전쟁 이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북녘 동포들에게 알리기 위해 성탄 트리를 만들었다. 매년 5천여개의 오색 전구를 달고 북쪽을 향해 성탄의 불빛을 보냈으며, 점등식과 함께 치르는 성탄 예배를 통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 21일, 7년 만에 다시 켜지는 애기봉 등탑 점등식엔 교계 지도자와 신도 등 4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애기봉 등탑에 점등된 크리스마스 트리 불빛이 북녘 동포들의 어두운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 주었으면 좋겠다. 성탄트리를 점등하면 개성에서도 훤히 보인다고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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