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점사업·무상급식 道-도의회 빅딜

사실상 ‘무상급식’ 통과 서민복지·민생안정 주력 
‘친환경’ 공통분모 찾아 시·군 재정력 높아질 것

국회와 서울시의회의 새해 예산안 물리적 충돌 등으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한 가운데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극적 대타협을 통해 새해 예산안을 마찰 없이 통과시켰다. 무상급식 등 주요 정책을 두고 마찰의 근원지였던 경기도에서의 이같은 합의는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도민들로부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대타협을 이끌어낸 도의회 민주당 고영인 대표의원과 박수영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양 기관의 입장을 들었다.편집자 주

사실상 ‘무상급식’ 통과 서민복지·민생안정 주력

고영인 도의회 민주당 대표의원

 

-예상밖으로 대타협을 이뤘다. 민주당의 입장은.

 

우선 우리가 7대때부터 줄기차게 주장했던 무상급식의 실현에 시·군 뿐만 아니라 이제 경기도도 일정 부분 참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

 

용어가 ‘친환경 학교급식 등 지원’이긴 하지만 사실상 무상급식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리는 무상급식을 관철했다는 명분과 실리가 있다. 경기도도 무상급식을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명분을 챙겼다.

 

-친환경급식이라는 용어와 무상급식 조례를 상정하지 않아 무상급식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무상급식 예산으로 쓰일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증거가 있다. ‘등’이라는 단어에 대해 박수영 기획조정실장과 협의하면서 친환경 급식재료와 함께 급식과 관련된 모든 예산에 쓰일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당초 도와 시·군의 친환경 급식예산이 176억원이었는데 400억으로 늘어난 것은 나머지가 무상급식에 쓰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협상에 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조례의 취지는 김 지사가 예산을 분담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 부분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불필요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상정하지 않은 것이다. 일단 무상급식을 실행하면서 이를 조례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시급한 현안도 많은데 친환경급식 예산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번에 주택 유상거래 취등록세 감면 폐지로 인해 세입이 1천880억원 늘었다. 본예산에는 1천억원만 넣어 교육청과 시·군으로 가는 예산을 제외하면 500억원 이상의 세입이 증가한 것이다. 그 부분을 급식예산으로 돌린 것이지 절대 다른 예산을 무리하게 깎은 것이 아니다. 이번 삭감은 김문수 경기지사 압박용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정보육교사제 등 행정사무감사 때 지적됐던 내용은 삭감에 다 반영했다. 또 논란이 됐던 달려라 민원전철 등은 6개월에서 1년 시한을 두고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내년에 전액 삭감한다는 단서를 달아 일몰제 예산으로 운용된다. 이에 따라 기본 원칙을 지켰다고 본다.

 

-앞으로 예산편성 및 운용의 방향은.

 

당 차원의 전략적 판단으로 그동안 무상급식에 관심을 둬 왔지만 이 부분이 단계적으로 해결되면 모든 예산을 합리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서민복지와 민생안정과 관련된 예산은 더욱 살리도록 하겠다.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낭비성·전시성 예산의 삭감은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다수당으로서 정책 결정의 힘은 예산 삭감을 통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예산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함께 내년에는 김 지사의 정치적 도정에 대한 제어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친환경’ 공통분모 찾아 시·군 재정력 높아질 것

박수영 道기획조정실장

-우려와는 달리 내년도 예산안이 잘 마무리됐는데.

 

경기도는 서울보다 면적은 17배가 넓고 인구는 145만명이 많다. 또 산업이 집중된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광역단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은 도의회 민주당과 도 집행부 모두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양 기관은 국회가 예산안 처리를 놓고 폭력이 난무하고 서울시가 무상급식 갈등으로 시장이 직무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도마저 예산안 처리를 놓고 파행으로 가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지자체로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다는 큰 뜻에 합의했다. 정치가 서로 다른 것에 대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라면, 그러한 광의적 의의의 정치를 이번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도의회와 도 집행부가 구현했다고 감히 평가를 내리고 싶다.

 

-핵심인 친환경급식 예산 확대가 내용상으로는 무상급식 아닌가.

 

양 기관 모두 명분과 실리를 찾은 예산 심의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400억원으로 증액된 친환경급식 예산으로 일선 시·군의 재정력이 상당수 상승할 것으로 전망해 본다. 어차피 학교급식에 대한 예산이 증가하면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무상급식이 아닌 친환경이라는 집행부와 민주당의 공통 분모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판단한다. 또 예산안이 늘어나면서 도와 동반자적 입장에 있는 기초단체의 재정력이 높아진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학교급식 예산 증가로 시·군 재정력이 높아지면서 무상급식 비율이 상승하는 것은 해당 지자체장의 의지에 달린 만큼 현재로서는 도의 입장에서 잘됐다, 잘못됐다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가정보육교사제도 등 사업 예산 상당수가 삭감됐는데.

 

물론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보면 도민이 뽑아준 도민의 대표들이 세금을 아껴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트쇼나 레저항공전 등 역점 사업도 일부 예산은 삭감됐지만 사업을 추진 못할 만큼 삭감된 것은 아니다. 그만큼 내실을 기하고 아껴서 사업을 추진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 여소야대의 현실을 인정하고 의회와 집행부가 서로간의 노력과 진정성을 보이면 윈-윈하는 모델을 마련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만들었다. 남은 4년간의 도정도 이해와 소통을 통한 공통 분모 찾기로 잘 이끌어 나갈 것으로 생각이다.

 

-이번 예산 심의를 통한 의의점을 찾는다면.

 

우선 협상 과정에서 도지사께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파행 대신 포용의, 대승적인 리더십을 보여줘 양 기관 모두 실리를 찾을 수 있었다.

 

또 의회 역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만을 내세우기 보다는 도민의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한발짝 양보해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경기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나가겠다. 김규태기자 kkt@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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