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자중지난책으로 박근혜 의원을 무척이나 꼬득였다. 4대강 문제를 놓고 “박 의원의 입장을 밝혀라”고 파상공세를 벌였으나 소득이 없자, 불법 사찰 의혹에 박 의원도 당했다며 “확실히 따져야한다”고 끌어 들이기 물귀신작전을 폈지만 또 실패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단독 국회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에는 “박근혜 표 복지예산이 필요할 터인데 왜 아무말이 없냐”며 “입장을 밝혀라”고 또 채근했다. 그래도 박 의원이 대꾸를 않자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유리한 얘기일 때는 고개를 들고 말한다”고 박 의원을 직접 공격했다.
‘초한지’에 한나라 진평이 초나라 항우가 범증을 불신케한 이간계책이 있었고 ‘삼국지’에 상대의 계략을 역이용하는 장계취계가 있었지만, 상대편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의 이간책은 처음보는 책략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그런다고 덩달아 입장 표명을 할 박근혜 의원도아니고 보면, 거듭된 그 같은 요구 자체가 함량 미달이다.
그런데 이런 박지원 원내대표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당내 고위정책 회의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자연산’ 실언을 문제 삼아 “보온병 포탄도 자연산이 있는가 묻고 싶다”며 안 대표의 ‘보온병’ 실언까지 싸잡아 공격하는 호재로 삼았다.
물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연평도 ‘보온병’ 발언이나 ‘자연산’ 운운의 여성 비하는 경망스럽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을 통해 한나라당 분란을 그토록 부추기고도 실패를 맛본 박지원 원내대표가 절로 생긴 안 대표의 실언을 즐기는 것은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등식을 방불케 한다.
남의 실언을 희화화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원인 제공을 한 사람 또한 모자란 사람이다. 국내 정치권 수준이 기껏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 싶어 입맛이 씁쓰레 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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