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두통·언어장애 등 증상 시간 지체땐 사망·심각한 후유증 고혈압·당뇨 있으면 발병 위험↑
이 맘 때면 뇌졸중(중풍)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날씨가 추워지면 뇌졸중 환자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뇌졸중은 ‘3시간’이 생사를 좌우하는 질병이라 할 정도로 초기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뇌졸중 환자들이 초기 증상이 나타나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13시간 44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10년 2년 연속 뇌졸중 진료 최우수 기관에 선정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뇌혈관치료팀의 성재훈 팀장은 “구급차를 이용할 경우 환자의 절반 이상이 3시간 이내에 도착했지만, 구급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30%만 3시간 이내에 도착했다”며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 3시간 넘기면 잘해야 심각한 후유증
3시간을 넘기면 사망 또는 회복 불가능한 후유증을 면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뇌는 140억개의 신경세포(뉴런)로 구성돼 있다. 다른 부위와 달리 혈전 등으로 뇌혈관이 막혀 20초만 피가 통하지 않아도 마비가 나타나며 4분이 넘으면 뇌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뇌졸중이다. 하지만 발병 3시간까지는 주변 혈관들이 막힌 혈관 대신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대타’ 노릇을 한다. 따라서 이 시간 안에만 혈관이 뚫리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성 팀장은 “증상 발생 후 3시간이 넘으면 뇌신경이 완전히 죽기 시작하기 때문에 혈전용해제를 써도 소용이 없고 출혈 부작용만 생긴다”며 “따라서 다리혈관으로 카테터(고무관)를 넣어 혈전을 부수거나 빨아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치료로는 혈전을 완전히 없앨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후유증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대한뇌졸중학회가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뒤 3개월 뒤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회복된 환자 비율을 조사한 결과, 3시간 이전에 병원에 온 사람이 6~12시간 지난 뒤 온 사람보다 26%, 12~24시간보다 45% 높았다.
■ 손 따거나 팔다리 주무르며 시간 허비하면 안돼
뇌졸중은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심근경색과 달리 어지럽거나 손에 힘이 빠지는 정도로 시작하는 등 증상이 모호하다. 때문에 자신이 뇌졸중인지 모르고 손을 따거나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이 많다. 제때 병원에 가려면 평소 뇌졸중 증상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편측마비=한쪽 팔이나 다리가 점점 무거워지면서 움직이지 않는다. 식사를 하다가 손에 힘이 빠져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계속 떨어뜨린다. 팔이 저리거나 시린 증상, 양쪽 팔 힘이 동시에 빠지는 증상은 뇌졸중이 아니다.
▲언어장애=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이상한 말을 한다. 전화통화 도중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 문법에 맞지 않는 말, 외계어 같은 말을 한다.
▲극심한 두통=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강도의 두통이 나타난다. 두통이 너무 심해 구토나 실신을 하기도 한다. 머릿속 혈관이 박동치듯 욱신거리거나 망치로 때린 것처럼 아프다고 호소한다. 묵직하거나 지끈거리는 두통은 뇌졸중이 아니다.
▲시야장애=갑자기 한쪽 시야가 보이지 않거나 사물이 두 개로 겹쳐보인다.
▲어지럼증=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을 정도로 어지럽고, 일어나서 걸으려고 하면 자꾸 비틀거린다. 어지럼증 환자 중 뇌졸중이 원인인 경우는 4분의 1 정도이다.
■ 고위험군은 2년마다 뇌CT·MRI 촬영으로 예방 가능
뇌졸중은 갑자기 들이닥치는 응급질환이기 때문에 예방이 어렵다. 하지만 65세 이상,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혈관질환자,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 과거에 일과성 뇌허혈(뇌졸중 발생 1주~3개월 전 뇌졸중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있었던 사람 등 고위험군은 2년에 한 번씩 뇌CT나 MRI를 찍으면 사전에 전조 증상을 파악해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성 팀장은 “일과성 뇌허혈이 있었던 사람은 6명 중 1명꼴로 뇌졸중이 생기며 고혈압 당뇨병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2~4배 높다”며 “검사 결과 혈관이 좁아진 사람은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하는 약을 먹거나 스텐트 시술을 통해 뇌졸중 위험을 확실히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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