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의 입

‘욕을 하면 욕을 먹는다’는 것은 의미가 함축된 명언이다. 또 한편 생각해보면 평범한 말이다. 당연하기 때문이다. 평범하고 당연한데도, 일상생활의 실행이 어려워 잠언으로 꼽힌다.

 

고대 로마의 희곡 작가 플라우투스의 말이다. 그는 생전에 130개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 현존하는 것은 21편이다. ‘거짓말쟁이’ 라는 희곡에서 ‘욕을 하면 욕을 먹는다’는 대사가 나온다.

 

정치권의 말이 거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깽판’이라는 말을 가끔 썼다. 국어대사전(만중서림)엔 없는 말이다. ‘일을 훼방하거나 망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는 컴퓨터 어학 사전에 나온다. 그러니까 ‘깽판’은 비속어다. 속어이긴 해도 표현의 사실성(寫實性)은 있다. 또 욕설은 아니다. 비속어는 다만 점잖지 못할 뿐인데 비해 욕설은 점잖지 못한 정도를 넘어 저주다.

 

“(전략) 국민 실망시키는 이명박 정권 어떻게 해야하나, 확 끌어내려야 하지 않나. 확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나. (후략)”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이다. 지난 26일 수원역에서 가진 장외순회 투쟁연설에서 그같이 말했다. 말썽이 된 것은 “확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나”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변인끼리 공방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문젤 이렇게 본다.

 

“확 끌어내려야 하지 않나”는 것은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도하차를 의미해 심히 부적절하다. 또“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나”는 것은 정작 실행 의지는 없는 과장일 지라도 국회의원의 입에 담을 말이 아니다. 막말보다 더한 저주 섞인 욕설이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끔찍한 범죄가 많아 사회가 살벌한 마당에 ‘죽여버려야 한다’는 정치인의 폭언은 경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고도 잘했다는 착각은 자유다.

 

며칠 전엔 차기 대권 출마를 시사한 사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욕을 하면 욕을 먹는다’는 플라우투스의 잠언을 곱씹어봐야 할 그가 아닌가 생각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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