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세리머니’는 골을 넣은 선수가 자신만이 맛보는 희열의 극치를 표현하는 몸짓이다. 축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선수들은 자신들만의 세리머니(ceremony)가 하나씩 있다.
안정환은 2002년 월드컵경기 때 골을 넣은 후 손에 낀 ‘반지에 키스’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아내를 사랑하는 뜻으로 알려져 ‘반지의 제왕’이란 애칭까지 얻었다. 한국축구팀 히딩크 감독이 넥타이를 날리며 올려치는 ‘어퍼컷 세리머니’ 또한 일품이었다.
고종수 선수는 전성기 시절 ‘텀블링 세리머니’로 유명했다. 결국 공중제비 도중 허리 근육 부상을 당해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2008년 대전에서 활약하던 고종수는 FC서울과 K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높이 점프했지만 착지와 동시에 오른쪽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2000년대 초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크로아티아 출신 용병 샤샤 밀라이모비치 역시 공중제비를 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발목 골절상을 당했다.
월드컵에서 통산 14골을 기록한 독일의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 북한의 ‘인민루니’ 정대세도 텀블링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그러나 “부상 위험이 있으니 텀블링 세리머니를 자제하라”는 구단의 요청에 따라 최근 공중제비를 그만뒀다.
스페인의 공격수 다비드 비야는 유로 2008 조별리그 러시아와의 예선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후 페르난도 토레스와 격한 포옹을 나누다 손가락에 금이 갔다. 북아일랜드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스티브 머로우는 1993년 아스날에서 뛸 당시 동료 토니 애덤스의 어깨 위에 올라가 기쁨을 표현하다 떨어지면서 쇄골이 부러졌다. 골 세리머니로 불행해진 선수들은 많다.
스트라이커 박주영 선수(AS모나코)가 지난 23일 소쇼와의 경기에서 심각한 무릎 연골 부상을 당해 아시안컵 출전을 포기한 것은 골 세리머니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박주영은 이날 시즌 6호골을 넣은 후 특유의 ‘기도 세리머니’를 하던 중 팀 동료들이 무더기로 올라타면서 연골이 파손됐다. 무릎을 꿇고 잔디에 미끌어지는 박주영의 골 세리머니에 대한 위험성은 여러번 지적돼왔다. 신앙심이 깊어 ‘기도 세리머니’를 바꾸지 않는다고 하는데 새해 1일 모나코로 떠나 소속팀에 합류한다. 박주영 선수의 쾌유와 건강을 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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