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기도 - 파주 헤이리 카페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산책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이렇게 좋은 가을 날씨에 단순한 여행 대신 문화·예술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헤이리 예술마을’이 제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9월 8일 가을의 문턱에서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의 카페들을 찾았다.
수원에서 출발, 1시간반여를 자유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성동 IC로 빠져 나오면 통일동산 근처에 헤이리 예술마을이 있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마을로 150여 채의 수많은 갤러리·박물관·전시관·공연장·소극장·카페·레스토랑·서점·게스트하우스·아트숍과 예술인들의 창작·주거공간이 모여 있다.
마을에 있는 모든 건축물은 수십여 명의 국내외 유명 건축가가 산과 구릉·늪·개천 등 주어진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설계했다. 그래서인지 독특하거나 개성 넘치는 건물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흔히 보기 힘든 보라색으로 지어진 건물, 작은 숲속에 있는 듯한 카페 등 대부분의 카페가 갤러리, 또는 박물관, 공연장과 함께 이루어진 공간이라 다양한 문화를 한 공간 안에서 즐길 수 있다.
‘갤러리 가든(Garden Gallery)’, ‘Cafe UNA’, ‘Between’, ‘Camerata’ 등 이름만으로도 예쁘고 개성 넘치는 카페들은 굳이 카페라기보다 건물 자체만으로도 작품이다. 꽃이 가득한 정원이라던가, 귀엽고 아기자기한 조형물 등이 함께 어우러진 카페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한가로이 산책만 하기가 아쉬워 헤이리에서도 입소문이 가장 많이 났다는 카페 겸 음악 감상실 ‘카메라타’로 발길을 돌렸다. 1970~80년대 대표적이었던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와 ‘황인용의 영팝스’를 진행했던 아나운서 황인용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추억의 음악을 함께 즐기기 위해 지난 2004년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어로 ‘작은방’ 혹은 ‘동호인의 모임’이라는 의미답게 8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실내에는 기존의 3~4명분의 테이블 대신 7~8명이 함께 할 수 있는 큰 테이블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역시나 예술마을에 있는 곳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3층 높이의 건물은 비어 있는 창고의 느낌이었지만 단순미를 뽐내고 있었다. 한 사람이 겨우 오를 수 있는 좁은 계단에 녹이 슨 듯한 철문. 그리고 그 철문 위에 ‘카메라타 음악실, open’이라고 쓰인 글자가 학창시절의 정겨움속으로 안내한다.
닫혀 있을 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문을 살짝 당겨 열자, 웅장한 클래식 음악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귀에 들린 음악은 다름 아닌 ‘브람스 심포니 3번’. 내부 또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곳 답게 황인용씨가 라디오 시절부터 모았다던 스피커와 턴테이블, 1만5천여장의 LP레코드, CD가 카페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오랜 시간 음악을 감상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는 그만이었다.
그 날은 DJ의 사정으로 자리를 비워 신청곡을 신청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과 부드러운 머핀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오랜만의 사색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한가로이 산책하며 그림과 음악을 즐기는 동안 오랜만에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었다.
이번 가을, 문화와 감성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짬을 내 헤이리 예술마을 카페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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