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빠름보다 더 빠른 느림’ 이라고 했던가, 그 무거운 바위는 항상 앉아서도 일등이다. 우리는 속도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폭주족들은 달리면서 연애를 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 현대는 속도 전쟁이다. 도대체 어디로 가자는 속도인가, 한때 속도의 주범이었던 폐타이어를 배에 부착하고 언덕을 내려가며 북북 땅에 제동을 거는 리어카를 본 적이 있다. 속도의 반성이다. 그러니까 모두들 각자의 방식대로 출발해 새해 한날한시에 도착했는데 이 작품에 사람이 없는 것은, 사람은 벌써 자동차를 몰고 새해 첫날을 쌩하고 지나쳤기 때문이다. 사람의 속도는 원래 걷는 속도이다. 걸어야 사람이 보인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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