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 뇌졸중 신호인가?

찬 곳에서 자고 나니 얼굴 반쪽이 마비되고 입이 돌아갔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지레 겁을 먹고 뇌졸중으로 알고 서둘러 내원하는 환자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이는 안면마비증으로 대부분 뇌졸중 증상이라기보다는 안면의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뇌신경중 안면신경(제7번 뇌신경)의 마비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다.

 

안면 신경마비가 발생하면 얼굴 근육의 마비로 인하여 마비된 쪽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찡그려지지 않으며 입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고 심한 경우 병변 쪽의 눈을 감지 못하며 음식을 먹을 때도 병변 쪽으로 음식이 흘러내리게 된다. 또 안면신경의 마비가 일어난 부위에 따라 맛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눈물이나 침이 나오지 않고 소리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되는 증상 등도 나타날 수 있다. 안면신경 마비의 원인은 바이러스성 감염, 외상, 뇌종양, 뇌졸중, 다발성 경화증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평상시 아무런 증상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안면마비만 나타나는 경우는 대개의 경우 ‘벨(Bell) 마비’라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추정되는 질환이다.

 

벨마비는 급성으로 발생하는 말초성 안면 신경마비의 주된 원인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바이러스의 신경 감염 후에 발생되는 신경병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되고 찬바람이나 찬곳에 노출된 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마비증상이 발생하기 며칠 전에 턱과 귀 뒤쪽에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전혀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자고 일어나 보니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 증상 없다가 갑자기 안면마비 나타날 경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벨(Bell) 마비’ 질환 의심을

이 증상은 근본적으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보조 치료로 스테로이드나 항바이러스성 약물치료를 시행하기도 하며 근육마비에 대해 물리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벨마비 외에도 안면 신경마비를 일으키는 질환은 수없이 많다. 사고나 외상에 의해 두개기저골 골절(뇌를 받치고 있는 두개골의 바닥에 발생한 골절)이 발생해 안면신경이 직접적으로 손상될 수도 있다. 또 뇌 속에 출혈이나 경색, 뇌종양 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안면의 근육마비 증상 외에도 반신마비, 언어장애, 청력장애, 두통, 구토, 어지러움증 등 기타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동반되므로 근육마비 증상 이외에 다른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 및 검사가 필요하다.

 

얼굴 근육의 마비 증상으로 신경마비의 부위를 감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눈썹을 위로 치켜 떠서 이마에 주름을 만들 수 없는 경우를 말초성 안면마비라고 하는데, 대부분 벨마비 소견이지만 외상, 뇌밖의 종양 등에 의해 생기는 경우에 보일 수도 있다. 이마에 주름을 만들 수 있는 경우는 중추성 안면마비라 하여 주로 뇌속에서 이상 병변이 발생하여 마비가 나타나는 것이므로 반드시 뇌촬영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

 

안면마비의 원인중 대부분은 벨마비로 시간이 경과하면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안면마비 증상이 발생되면 신경과 전문의와 상의하여 적은 확률의 뇌질환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한다면, 지레 뇌졸중으로 걱정해야 하는 무서운 질환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손일홍 원광대 산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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