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곧은 소리를 잘한다. 지난 12월 16일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예산안 강행처리 후 대통령 전화를 받은 것에 대해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에 출연, ”위로이건, 격려전화이건 필요없는 전화를 한 것은 대통령의 실수”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대통령이 전화했다는 게 처음에 믿기질 않았다”며 “전화 받은 사람이 이를 공개한 것도 잘못이고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모두 말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산안 강행처리도 한 마디 했다. “대통령이 회기 내 예산안 통과를 공개적으로 얘기한 게 실수였고 이는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정치성 구호보다 말 없는 행동을 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에게도 “무조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권상정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이라며 “국회의장은 대통령과 동격인데 부당한 말은 절대 들으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이제 (임기) 후반에 들어섰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첫째, 모든 일을 나 혼자 하겠다는 독선적 생각을 버리고 장관들이 소신을 갖고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 보면 대통령이 혼자 다한다. 그러니 (국민은) 장관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둘째, 말수를 줄였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말이 너무 많으니까 정치에 혼선이 오고 국민도 헷갈린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게 된다. 영어 격언에도 ‘스피치 이즈 실버, 사일런스 이즈 골드’란 말이 있다. 정치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지휘자는 손끝으로 지휘한다. 본인이 지휘하다가 내려가서 클라리넷 불고, 북치고 피아노 치고 이런 건 아니다. 4년차인데 임기 동안에 많은 업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절대 갖지 말아야 한다. 업적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는 얘기다. 물가, 민생 등 하고 있는 일만 조용히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실제로 소통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했으면 정말 좋겠다.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폐단이 소통의 정치, 화합의 정치가 안 되는 것이다. 국민이 갈가리 찢어져 있다. 소통의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대통령이다. 정치 선배, 노정객의 이런 말을 쓴소리, 헛소리 곧은 소리 중 어떤 말로 받아들이냐 하는 점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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