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국회의원들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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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는 의원 299명 중 초선의원이 143명이다. 적지 않은 구성원이다. 하지만 여야가 충돌할 때마다 전위로 동원됐다. 그랬어도 초선의원들이 스스로 2010년 정치를 ‘부끄러움’으로 기억하는 건 다행이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 ‘민본21’ 의원들은 “다시 살고 싶지 않은 2010년”으로 소회를 집약했다. 개인적으론 “예산안이나 법안 내용조차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행처리에 동참하게 돼 비참”함을 느꼈고, 국가·사회적으로는 “남북관계도 최악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뿐 아니라 국민도 근래 느끼지 못한 안보적 불안함을 체감한 한해였다”고 자평했다.

 

다른 의원은 “정치행태에 대한 방관은 부끄럽다. 입법부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구태의 반복에 대해 무기력했던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예결위 상임위화를 통한 연중 국가예산 심의의 제도화를 꼭 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야당 의원들은 소수라는 무력감이 컸다. ‘4대강’ 전선의 맨 앞에 있었던 민주당 한 의원은 “국회가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일할 수 있나 싶다. 국정감사에서 담합입찰 문제를 지적한 것은 중요한 것인데 (여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국정이 무슨 개발회사처럼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다른 의원은 “(한 해 동안) 한 번도 정치적으로 자부심을 느꼈던 적이 없다”고 무력감을 피력했다.

 

자유선진당 한 의원은 “연말에 폭력국회가 다시 재연됐다는 점이 너무 부끄럽고 분노스럽다. 예산국회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한 의원은 “날치기로 해가 저물게 하고,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부정당하는데 미력하게 할수 있는 것이 없는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회고했다.

 

사실이다. 2010년 정치는 갈등과 불안으로 점철됐다. 유난히도 정치적 곡절과 파란, 반전이 이어진 한 해였다. 12월 8일 예산안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을 때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필사적으로 막는 과정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장면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선정한 ‘2010 올해의 사진’에 꼽혔다. 대한민국 국회가 세계적으로 망신 당했다. 그러나 초선 의원들이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자성했다. 초선의원들이 선두에서 올해 정치판을 일신해주기 바란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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