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올 겨울엔 노점상이 별로 안보인다. 새해 1월들어 내내 몰아치는 혹한 때문이다. 군고구마나 군밤은 노점에서 흔히 맛볼 수 있었던 겨울철 별미다. 불을 쬐며 장사를 할 수 있는 이런 노점도 별로 없다. 한파로 행인이 줄어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날씨가 춥기도 하지만 예년같으면 주택가 골목 어귀에 모습을 드러내곤 했던 붕어빵 장사도 역시 흔치 않다. 이들의 말을 들으면 물가가 너무 올라 수지 맞추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20㎏들이 연료용 가스 가격이 4만원이던 것이 4만3천원으로 오르는 등 밀가루값이며 설탕값이 모두 올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붕어빵값을 덩달아 올릴 수 없는 것은 손님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붕어빵을 돈많은 사람이 사먹는 것도 아니고, 역시 어려운 서민들 간식인 터에 비싸면 누가 사먹겠냐는 것이다.

 

생필품을 비롯한 물가가 턱없이 올라 어렵게 번 돈이 헤프게 쓰인다는 비명이 속출한 진 오래다. 이에 정부가 ‘서민물가안정종합대책’이란 것을 내놓았지만 서민들 체감 물가와는 거리가 멀다. “공공요금 등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최소화 하고, 공산품의 부당한 담합과 가격 인상에 단호히 대처한다”는 것은 전에도 들었던 말이다. 그동안 찔끔찔끔 나왔던 얘길 종합선물로 재포장한 것이 이번의 ‘서민물가안정종합대책’이다.

 

하긴, 정부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을까 만은 문제는 거시정책의 빈곤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등 해외 인플레이션 요인이 한 두달새 생긴 것은 아니다. 이런 조짐은 벌써 오래됐다. 한데, 이에 대비한 것도 없고, 앞으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출발점이 서민경제인 것처럼 종착점 또한 서민경제여야 한다. 서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시책은 실패한 정책이다. 이 정부는 무던히 서민경제를 챙기는 듯 한데, 도대체가 약효가 없다.

 

강추위에 노점상마저 얼어붙은 서민경제가 봄이되면 계절따라 다소나마 풀릴까, 그러자니 겨울 나기가 너무 힘겹다. 길거리 노점상 장사라도 좀 잘 됐으면 한다. 아니면 겨울철 체면이 그만하면 섰으니, 날씨라도 좀 풀리면 좋겠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