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난방비 수개월째 연체… “끊길까” 노심초사
“그저 매서운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랍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사는 최복순 할머니(70·가명)는 아들과 딸이 출가하고 남편과 사별한 5년 전부터 5평짜리 단칸방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하루종일 손수레를 끌며 폐지와 고물을 주워다 내다팔아야 손에 쥐는 돈은 고작해야 한달 10만원 남짓.
여기에 정부에서 매달 20만원의 생활보조비가 지급되고 있지만 다달이 5~6만씩 들어가는 전기료와 상하수도세, 도시가스비를 내기에는 버겨운 형편이다.
특히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날씨가 지속되면서 폐지와 고물 등을 수집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6개월치 전기료와 4개월치 상하수도료 등 30여만원의 공과금이 밀려있는 상태. 행여나 전기와 가스가 끊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한낮에도 기온이 영하 3도를 기록한 지난 18일. 최 할머니의 단칸방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차가운 냉기가 흐르고 있었으며 할머니는 두꺼운 솜이불에만 의존한 채 바깥 외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에서 어린 손자와 단둘이 살고 있는 김원형 할아버지(77·가명)역시 변변한 돈벌이가 없는 형편으로 올 겨울나기가 유난히 힘들다.
폐지팔아 생활 한파에 일할곳도 없어
도내 40만가구 한달 이상 가스비 연체
道 “실태조사… 복지 사각지대 해소”
김 할아버지 집은 전기료만 6개월치 이상 밀려 있어 최근 전기장판과 대형냉장고 등 전기소모량이 많은 제품의 전기 사용을 막는 전류 제한기가 부설돼 전기장판도 틀지 못한 채 얼음장 같은 방바닥에서 추운겨울을 나고 있다.
이처럼 도내에는 수만여명에 달하는 저소득층 가정들이 도시가스와 전기, 상하수도 요금 등의 각종 공과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등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전 경기지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개월 이상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한 가정은 지난 2009년 12월과 비교해 4% 증가했으며 금액으로는 11.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난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시가스의 경우에도 요금을 못내는 현상이 두드러져 삼천리도시가스가 가스를 공급하는 수원, 안양, 군포, 화성, 용인 등 13개 시·군 216만가구 가운데 40여만가구가 한달 이상 가스비를 내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수원시 상수도사업소에는 현재 2만9천여건(16억원)에 달하는 상하수도세가 체납돼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각 지역의 저소득층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빈곤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khj@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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