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간계(反間計)

중국 고대사에서 유방과 항우가 천하의 패권을 두고 다툴적에 유방의 책사 진평이 항우 진영에 쓴 것이 반간계다.

 

항우가 보낸 사절을 진평은 반갑게 맞이 하면서 “범증 선생님은 잘 계십니까, 이번에는 무슨 말씀을 전하라고 하시던가요?” 하고 물었다. 항우 측 사절은 진평의 말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자, 진평은 짐짓 몰랐다는 듯이 “그럼, 범증 선생님이 보내신 게 아닌가요, 허! 참 내가 큰 실수를 했구만…”하며 혀를 찼다. 항우 진영 사람은 그만 돌아가 겪은 사실을 그대로 고했다.

 

항우는 범증을 의심하기 시작해 마침내 그를 내쳤다. 범증은 정략과 전술 전략에 능한 항우의 책사로 유방의 장량에 버금가는 인물이었다. 항우가 해하대전서 패해 오강에서 자결한 것은, 억울하게 내쫓김 당한 범증이 하향길에 등창이 도져 죽은지 얼마 안되서다. 항우는 진평의 반간계로 자신의 책사를 첩자로 의심해 자신의 수족을 자신이 잘라낸 셈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잘못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아들의 서울대 로스쿨 부정입학설은 ‘청와대 관계자에게 제보 받은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관계자는 행정관 이상의 고위직이란 뉘앙스를 풍겼다. 이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이간질하려는 저급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의 반박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술 더떠 ‘민주당에 종종 제보했던 분’이라며 ‘녹취자료’도 있다고 말했으나 ‘그가 누구인 것은 신상보호를 위해 공개할수 없다’고 했다. 문젠 이 대목이다. 설령 제보가 사실이었더라도, 제보자가 원치 않으면 공개해선 안되는 점을 이용해 청와대에 민주당 첩자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 또한 반간계다.

 

민주당의 헛방폭로에 반간계를 이용, 청와대를 끌어 들이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정치술수는 정말 어지간하다. 하지만 저급한 것 또한 사실이다. 우주를 왕내하는 이 첨단시대에 중국 고대사에 쓰인 반간계가 등장하는 국내 정치수준이 정말 걱정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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