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앉은 자리에(-엉덩이) - 권혁웅

내가 앉은 자리에 네가 거듭해서 앉는다면

 

 

휘말린 먼지들이 혹은 가라앉고 혹은 떠돌아

 

 

동심원 두 개가 고요하다면

 

 

거기에 내 손을 가만히 얹는다면

 

 

그 자리가 번져 나가 끝내 너를 적신다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서툴러서 그대가 머물렀다 떠난 자리에 가만히 앉아보거나 혹은 아직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는 그 자리를 부드러운 손길로 조용히 어루만질 때. 그대 보고픈 마음 해질녘까지 기울어 길어지는 그림자처럼 조금씩 젖어가리. 작은 방에 웅크리고 앉아 그대 보고픈 마음에 굳게 닫힌 문이 바깥으로 둥그렇게 휘어지며 터질듯 부풀어 오르리. 아, 그러나 그대는 멀고 먼 밤을 날아온 새 한 마리 새벽이슬에 함초롬 젖어 울듯, 연애가 서투른 자. 지금도 어디선가 저렇게 떨며 혼자 울리.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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