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부와 비공개 만찬 “당에서 제대로 해달라” 주문
이명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당에서 제대로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의 비공개 만찬회동에서 “개헌 논의를 당에서 제대로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당에 대해 개헌에 주도적으로 나서 줄 것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과 개헌을 꼭 하라는 것보다는 논의하려면 진정성있게 하라는 원칙론적인 이야기라는 해석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만찬회동 후 안상수 대표의 제안으로 개헌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설 이후로 연기한데 대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의원총회가 개헌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인 만큼 전열을 재정비하고 동력을 확보해 개헌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을 당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이계 주류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같은 움직임에 친박계와 친이계 일부, 또 중립 의원들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거나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25일 이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언급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긴급 간담회를 열어 이 대통령의 개헌 관련 발언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이 대통령은 안가회동에서 ‘개헌논의가 되면 권력구조만 갖고 논의되는데 정략적으로 비칠 수가 있다’며 ‘그것보다는 (시대 변화를 고려해) 기본권 조항이나 여성관련, 기후변화 등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개헌의총을 앞두고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을 불러 개헌 문제를 언급하고, 이 자리에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참석했던 점을 고려하면 개헌에 대한 강력한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내년 4월 총선, 12월에는 대선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올해 전반기에 개헌을 끝내야 한다”면서 “그러기에는 시간적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다음 달 8일부터 3일간 예정된 개헌의총에 대해서도 “(일정이) 유동적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개헌시기를 다음정권 이후로 하는 것에 국민여론도 더 높다”면서 현 시점에서 개헌논의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강조했다.유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개헌논의가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진행된다면 반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개헌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순전히 정치권의 몫이고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해인기자 hik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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