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좌담회 중계

주사기자가 있었다. 1973년 한국방송공사가 생기기 전이다. 그러니까 한국방송공사 전신인 중앙방송국 시절이다. 중앙방송국은 관공서로 공부처에 속했다. 기자들 또한 공무원이다. 주사기자·사무관기자·서기관기자 등이 있었다.

 

당시는 라디오 방송이 주가 되어 방송기자는 대중매개체로 별 인기가 없었다. 또 민영방송도 별로 없었던 때다. 관영방송 기자는 고독했다. 어쩌다가 기자실에 들르면 신문사 기자들이 “어이, 주사! 공무원은 좀 나가시오”하기가 예사였다.

 

이토록 홀대받던 방송기자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텔레비전 방송이 활성화 하면서다. 전에는 기관장들이 기자회견 등에 방송기자들은 안중에 두지 않았던 것이 방송기자를 기다릴 정도가 됐다. TV 카메라가 번쩍거려야 회견을 할 맛이 난다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국정좌담회가 텔레비전에 85분이나 생중계됐다. 이에대한 엇갈린 평가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시청자의 시청권 제재다. KBS 1TV·MBC TV·SBS TV 등 지상파 3사는 물론이고 OBS TV도 동시방송했다. 심지어 보도전문 케이블 채널인 YTN·MBN도 같은 시간에 방송했다. 대한민국 방송의 보도채널이 모두 동시방송 한 것이다. 시청자의 시청권 박탈도 이런 박탈이 있을 수 없다. 이렇게 하면 안볼 수 없고, 할 수 없이 보면 홍보가 될 것으로 안다면 사고방식이 수준 미달이다. 오히려 좌담 내용엔 상관없이 욕부터 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이런 점은 있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같으면 방송의 주요 기능인 보도분야이므로 동시방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좌담회는 아무리 신년 국정을 밝힌다해도 회견과는 다르다. 시청자의 시청권을 빼앗을만큼 동시방송할 성격이 못된다.

 

궁금한 것은 그같은 동시방송이 과연 방송사의 자의냐는 것이다. 왜냐면 “땡전 뉴스를 일삼던 5공시대의 방송을 방불케한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아닌 신년좌담회나, 이의 일제 동시방송은 경위가 어떻든 적절치 못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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