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이라는 글자가 나타나 있는 최초의 문헌지로는 기원전 743년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시경’과 ‘서경’이다. ‘시경’에선 고귀한 신분을 상징하는 말을 탄 사람을 두고 ‘아름답고 인하다’고 표현했다.
인의 최초의 의미는 세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공적 공간에서의 장식, 언행, 특출한 능력을 발휘해 주위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매력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공자(기원전 551~479)는 인의 의미를 확대해 나를 닦아서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는 ‘수기안인(修己安人)’ 즉 세습적 지도자들에게 요구하는 자기 수양으로 풀이했다. 공자의 이런 관점은 요즘 고위공직자들에게 비교적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맹자’의 인은 ‘논어’의 인과 달리 마음과 관련된다. 앞으로 가면 우물이 있는데도 어린아이가 계속 나아가는 유자입정(孺子入井)의 상황에서 누구든 아이를 구하겠다는 순수한 생각에서 행동하는 것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는 도덕감정을 인으로 본다.
한나라의 동중서(董仲舒)는 인을 기 및 음양사상과 결합시켜 자연과 사회 전체에서 생명이 가득 넘치게 하는 하늘의 의지이자 사람이 본받아 지상에 실현해야 하는 과제로 보게 된다. 이 단계의 인은 기독교의 사랑, 불교의 자비에 견줄 수 있다.
송나라와 명나라에서 성리학이 발달하면서 인은 형이상학적인 특성을 갖게 돼 신성과 같은 본성, 즉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사람의 의식과 행동을 이끌어 가는 감독의 역할을 맡게 된다.
청나라 때는 인의 개념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잘 습관화한 행위와 그로 인해서 늘어나는 공동체와의 통합을 가리키게 되고, 강유위(康爲)에 이르면 사람 사이, 나라 사이의 소통을 증대시키는 심력(心力)으로 바뀌게 된다.
신정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는 저서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에서 仁을 ‘어질 인’이 아니라 ‘사람다울 인’으로 바꾸어 읽기를 제안한다. 仁을 ‘사람답다’로 옮기면 영어 번역어 ‘hum- anity’와도 잘 어울린다. 공자도 ‘사람다움’을 ‘인’이라고 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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