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서편은 달이 기우는 곳
붉은 해가 현의 가장 낮은 음으로 스러지는 곳
별들이 고단한 몸을 누이는 곳/
그들이 따뜻한 남쪽 바다로 향할 때,
해와 달과 구름과 바람의 고향인 카일라스 산 근처에서
내 영혼은 한 철 헤매었지/
파도가 높아 다다를 수 없다는
새와 짐승의 빛깔이 모두 희다는
불사의 영약이 있다는
봉래산은 그러나 꿈꾸지 않았네/
서쪽을 향해 자라는 측백처럼
봉오리가 북쪽을 향해 솟아오르는 목련처럼
서쪽으로, 북쪽으로
어둠 쪽으로/
밤마다 일어나 어둠을 포식했지
주좌등을 밝히고 앉아
밤이면 오래도록 책을 읽었지
긴 한숨처럼 ‘낮은 음으로’ 해가 지는 곳에 그녀가 있다. 애당초 있지도 않은 온갖 희망이 천박하게 북적거리는 동쪽엔 가지 않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간신히 책장만 밝히는 불을 켜고 긴 하루의 기대가 풀 꺾여 들어오는 저녁의 책을 읽는다. 기름진 음식과 열대 과일이 넘쳐난다는 따뜻한 남쪽나라도 믿지 않는다. 설령, 어딘가 있다하는 ‘불사의’ 그 유토피아에 요행히 다다른다 해도 그것은 너무 싱거운 세상, 그녀는 그냥 어둠 속에서 한 철 헤매다 간다. 모든 생명의 고향인 어둠, 어둠에서 태어나 어둠으로 지는 ‘해와 달과 구름의 고향’인 어둠 쪽으로 ‘측백처럼’ 비스듬히 기울어 조용히 삶을 읽는다. 가만가만 나직나직 책장을 넘길 때마다 바로 다음 세상 저승 같은 책의 흰 지면에 반사된 그녀의 얼굴이 백랍인형처럼 슬프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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