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치료 ‘3시간의 싸움’

[특수질환 정복 프로젝트] 최고의 특성화센터를 찾아서

인터넷의 발달로 어느 정보든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병원 선택 만큼은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자신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내 몸과 질환에 맞고, 예약부터 검사, 치료, 재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기에 최고의 의료 기술을 갖췄다면 금상첨화다. 병원이 넘쳐나는 ‘병원 홍수’ 시대에 각 병원들은 전문화, 특성화로 스스로의 강점을 살리고 있다.

 

경기일보는 한림대의료원과 공동으로 ‘특수질환 정복프로젝트-최고의 특성화센터를 찾아서’ 기획시리즈를 마련한다. 특정 질환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특성화센터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위해서다. 편집자 주

 

며칠 전 차를 타고 새벽기도를 다녀오던 최선형씨(가명·71·안양시 호계동)는 갑자기 왼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감각이 없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다행히 같은 차에 타고 있던 가족들의 도움으로 인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실로 황급히 옮겨졌다. 최씨의 증상을 확인한 의료진은 곧바로 ‘초급성기(응급) 뇌졸중 치료 활성화 시스템’을 가동했다. ‘초급성기 뇌졸중 환자분이 응급실로 내원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SMS)가 곧바로 뇌졸중 전문 치료팀원 모두에게 전송됐다. 그 때부터 검사, 처치 등 응급실의 모든 시스템이 최씨를 중심으로 최우선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 뇌경색으로 최종 진단된 최씨는 혈전용해제를 투여 받았다. 이 모든 일은 응급실 도착 45분 만에 진행됐다. 위기를 잘 넘긴 최씨는 치료 이틀 만에 마비 증상이 대부분 풀려 현재 약물과 운동치료를 받고 있다. 최씨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준 45분의 기적이었다.

 

 

■ 뇌졸중 치료의 핵심은 ‘시간’

 

뇌졸중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이 발생한 후 얼마나 빨리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가다. 이는 뇌혈관장애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을 받을 때, 물론 일부분은 발병 즉시 뇌세포 괴사가 일어나지만, 그 주변부의 뇌세포들은 일시적으로 그 기능은 소실되나 생명력은 그대로 가지고 있어 혈류량을 올려주면 재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위를 그대로 방치한 채로 수 시간이 경과하면 결국 이 부위도 괴사가 일어나 되돌릴 수가 없다. 따라서 환자가 발병 후 2~3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한다면 이에 대한 치료가 가능해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으며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뇌경색 발병 3~5시간 내 시행할 수 있는 혈전용해제요법은 완벽한 의료시설을 갖추고 뇌졸중 전문 신경과 의사가 적절한 적응증 판단이 가능하고 치료 후 집중감시관찰이 가능한 중환자실이 갖추어진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 뇌졸중 예방은 철저한 만성질환 관리부터

 

뇌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 중 암 다음으로 많은 질환이며, 그중에서도 뇌졸중은 단일 질환으로는 가장 큰 사망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뇌졸중이 오면 사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치료기간이 길고, 이후에 반신마비, 언어 장애 등의 큰 후유증이 따르기 때문에 더 무서운 질병으로 꼽힌다.

 

갑자기 팔다리 마비되고 감각 없을땐

 

30분 내 갈 수 있는 병원 꼭 알아둬야

 

발병 3시간 안에 치료받아야 효과 높아

뇌졸중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이 있다. 서구에서는 뇌출혈보다 뇌경색이 훨씬 빈도가 높은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뇌출혈이 많았으나 점차로 뇌경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뇌졸중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잘 생기는데, 위험요인으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흡연, 비만, 과음, 선천적 뇌혈관 이상, 혈액응고의 이상질환 등을 들 수가 있다. 따라서 대부분 이러한 위험인자 등은 근본적 치료라든지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하고 주의를 한다면 뇌졸중은 예방이 가능하다.

 

■ 뇌졸중의 올바른 대처방법

 

▷1단계 (예방)- 고혈압, 흡연, 비만, 당뇨, 부정맥, 과음, 스트레스 등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혈압약을 매일 복용하고 운동, 식이요법 등을 충실히 지켜야한다.

 

▷2단계 (후송)- 언어장애, 시야장애, 걸음걸이 이상, 어지럼증,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복시(두 눈을 뜨고 한 물체를 보았을 때 겹치거나 둘로 보임),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거나 신체 한 쪽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등 뇌졸중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후송한다. 특히 뇌경색의 경우 발병 3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 치료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므로 다른 무엇보다 최우선되어야 한다.

 

▷3단계 (진단)- CT나 MRI 검사를 통해 병변과 뇌혈관이 터졌는지 막혔는지 확인한다. 뇌경색과 뇌출혈은 치료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최근 MRI 영상 기술의 발달로 뇌병변의 크기와 부위뿐 아니라 치료 예후도 평가할 수 있다.

 

▷4단계 (치료)- 뇌경색의 경우 발병 3시간 이내라면 혈전용해제 투약으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너무 심한 뇌경색이나 시간이 지연된 경우 오히려 뇌출혈을 동반할 수도 있으므로 뇌졸중 전문가의 치료와 경과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항혈전제를 반드시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며, 혈관이 많이 좁아져 있거나 혈관에 동맥류가 있는 경우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도움말=이병철 한림대성심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윤철원기자 ycw@ekgib.com

 

한림대성심병원 뇌신경센터

 

최단시간 응급팀 가동 ‘뇌졸중 치료시스템’ 개발

 

혈전용해제 투여 소요시간 40분 단축

 

한림대성심병원 뇌신경센터에서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능을 병원 내 전자처방전달시스템에 접목한 ‘초급성기(응급) 허혈뇌졸중 치료 활성화 시스템’을 개발, 혈전용해제 치료율을 높이고, 치료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뇌졸중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이 정보가 30여 명의 뇌졸중 전문 치료팀 모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동 전송된다. 문자를 받은 영상검사실에서는 모든 검사의 우선순위를 뇌졸중 환자에게 조정해 빠른 응급검사가 가능토록 한다. 또 문자메시지를 받은 뇌졸중 전문 치료팀은 무엇보다 우선해 응급실로 달려온다.

 

이를 통해 뇌졸중 환자의 경우 응급실 도착 이후 진료와 검사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내외, 최종 진단 이후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기까지는 45분 이내가 된다. 이는 미국뇌졸중학회가 권고하는 ‘진료와 검사까지 25분 이내’ 기준보다 10분 이상, ‘최종 진단 이후 혈전용해제 투여까지 60분 이내’ 기준보다 15분 이상 단축시킨 것으로, 특히 이 시스템을 적용하기 전 이 병원 뇌신경센터에서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데까지 소요되던 시간인 83분보다는 절반 정도나 단축됐다.

 

센터는 한림뇌졸중센터, 파킨슨병클리닉, 치매·기억장애클리닉, 수면장애클리닉, 간질클리닉, 두통클리닉, 말초신경 및 근육질환클리닉, 크로이츠펠트-야콥병클리닉으로 구성돼 있다. 이병철 센터장을 중심으로 7명의 신경과 전문의 등 총 28명이 뇌신경질환자의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또 영상의학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 등 타 과와도 긴밀한 협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임상신경심리사가 뇌졸중 후의 우울증과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평가와 치료에 참여한다.

 

뇌신경질환, 특히 뇌졸중 환자는 재발을 막기 위한 2차 예방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에 걸린 환자는 회복이 됐어도 재발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뇌졸중 위험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로 재발을 예방해야 한다. 그래서 센터는 환자치료 후의 과정에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뇌졸중 환자를 전담하는 사회복지사가 환자의 퇴원 후 재활 및 요양, 재정지원, 장애등급 판정 등의 정보제공 및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또 뇌졸중 환자가 입원할 때부터 간호사를 1:1로 맺어줘 퇴원 후 환자의 회복기 치료와 관리를 담당하면서 치료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회복 이후 3개월 동안은 센터의 뇌졸중 클리닉에서 맞춤 회복기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문의(031)380-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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