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신차를 선보이지만 한글 이름을 가진 차량은 1대도 없다. 판매 1위 아반떼를 비롯 쏘나타, K5, SM5, 알페온, 그랜저, 모닝, 카니발, 스포티지, 렉스턴 등 모든 차명이 외국어 혹은 외래어로 추세가 바뀌었다. 수출비중이 높아진 것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순한글 이름을 사용한 자동차가 있었다. 1982년 새한 자동차는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란 뜻의 한글이름인 ‘맵시’를 선보였다. 소형세단이던 이 모델은 1983년 대우자동차의 ‘맵시나’로 다시 태어났고, 당시 최고급 차량이었던 ‘로얄살롱’을 닮은 스타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프로야구 올스타전 MVP에게 수여될 만큼 중산층을 상징하는 모델이었다.
쌍용자동차가 1993년 내놓은 ‘무쏘’는 코뿔소를 뜻하는 순 우리말 ‘무소’를 경음화한 표현이다. 무쏘의 영문표기인 ‘MUSSO’에서 두 개의 ‘S’는 쌍용의 심벌마크인 ‘SS’로 쌍용차 모델명으로써도 안성맞춤이었다.
1997년 출시된 대우자동차 ‘누비라’는 ‘전 세계를 누비는 우리의 차’라는 의미로 김우중 회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패밀리카를 지향한 무난하고 친근한 느낌으로 당시 준중형 차량으로써는 넓은 실내를 갖춰 불티나게 판매됐다. 1999년 3월 시판된 ‘누비라2’는 기존 누비라에 연비와 성능을 대폭 개선시킨 모델이다. 이 모델은 1999년 6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려 대우차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1998년 등장한 삼성자동차 1톤트럭 ‘야무진’도 예쁜 한글이름을 뽐냈다. 사실 ‘야무진’은 ‘Yes! Mount the Zone of Images’의 조합으로 ‘누구나 꿈꾸던 1톤 트럭의 새로운 세계’라는 의미지만 ‘성질, 행동이 빈틈이 없이 단단하고 굳세다’라는 뜻의 우리말 ‘야무지다’와 발음과 의미면에서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맵시’ ‘맵시나’ ‘무쏘’ ‘누비라’ ‘야무진’을 끝으로 한글이름을 지닌 차량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최근 나오는 국내 차종들이 우리말을 가진 이름이 없어 옛날이 생각날 때가 많다. 세계인이 발음하기 쉽고 한국 고유의 뜻이 담긴 차명이 기다려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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