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사회 인사문화

직급은 계급이고 직책은 소임이다. 계급과 직책의 경중에 차별이 있을 수가 없다. 어느 조직에서나 이의 균형이 이상적이다. 대체로 계급 우선의 조직은 예컨데 회의 때면 별 말이 없다가, 끝나고나선 뒷말이 많다. 반대로 직책 우선의 조직은 회의 땐 말이 많으나, 끝나고 나선 뒷말이 없다.

 

서울 서초경찰서가 계급 위주의 서열파괴 인사를 한지 나흘만에 없던 일로 되돌렸다. 즉 지난 18일 수사과 경제팀 지능팀 등 각 팀장을 고참 경사로 임명하고, 초짜 경위를 그 밑에 배치했던 인사를 나흘만인 22일 백지화 시켰다. ‘신선하다’는 외부의 시각과는 달리 ‘계급역전’의 내부 반발이 곤혹스러웠기 때문이다.

 

서초경찰서의 인사 시도는 극단적일지는 모르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있다.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조직의 탄력을 이완시키는 것이 무능한 연공서열이다. 일은 못하면서 계급장만 내세운다.

 

한비자(韓非子) 오두편에 이런 말이 있다. ‘두’는 나무를 파먹는 좀벌레를 말한다. ‘지금 나라안의 백성 모두가 정치를 말하고 있고 상앙과 관중의 법을 적은 책을 집집마다 갖고 있지만 나라는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밭갈이를 말하는 사람은 있지만 쟁기를 잡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또 나라안 모든 사람들이 다 병법을 말하고 손자와 오자의 병법을 적은 병서를 집집마다 갖고 있지만 군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이는 전쟁론을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갑옷을 입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만 앞세운 자가 많아지면 사리가 무너지고 일에 힘쓰는 자가 적어지면 곧 나라가 가난해져 세상이 어지러워 지는 까닭이다’라고 했다. 한비자의 말은 연공서열 위주는 조직의 좀벌레와 같아 직능효율보다 못한 이유가 된다.

 

유능한 선배, 무능한 선배가 있는가 하면 유능한 후배, 무능한 후배가 있다. 무능한 선배일 것 같으면 유능한 후배 밑에서도 일할 줄 아는 것이 조직사회의 신문화다. 단 한가지 조심 할 것은 유·무능 평가의 객관화다. 서초경찰서 같은 인사가 언젠 간 보편화 될 때가 온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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