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락당(獨樂堂)

- 조정권

독락당 대월루(獨樂堂 對月樓)는

 

벼랑 꼭대기에 있지만

 

옛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셔버린 이

 

詩가 있는 아침

 

세속의 대척인 저 암자에 누더기 같은 육신을 걸친 한 정신주의자가 문 걸어 닫고 있다. 문 걸어 닫고 희미한 별빛마저 등 돌리고 후르륵후르륵 늦은 저녁을 먹고 있다. 아니다, 이미 육신은 먼지가 되어 공중에 흩어진지 오래 되었다. 아니다, 애당초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아무 것 없이도 즐거운 정신의 높이가 까마득하게 있었을 뿐이다. 돈도 명예도 전기도 수도도 밥도 여자도 화장실도 없이 다만, 혼자 충만한 그 집, 까마득하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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