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질환 정복 프로젝트] 최고의 특성화센터를 찾아서
40년 가까이 담배를 피워온 김정수씨(가명·67·안양시 석수동). 몇주째 감기가 잘 낫지 않고 기침을 하더니, 급기야 호흡이 어려울 만큼 숨이 차서 인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산소를 100% 공급해도 숨찬 것이 해결되지 않아 인공호흡기를 달아야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진 김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증도 이상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폐렴 증상까지 악화된 상태였다. COPD는 폐 손상으로 인해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천식이나 폐렴, 결핵만큼이나 흔한 호흡기 질환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삶을 잠식해서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환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1990년 전체 사망 질환 중 6위였던 COPD가 현재는 4위로 올라섰고, 2020년에는 3위까지 크게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하루 한 갑, 10년 이상 흡연자, COPD ↑
기도와 꽈리에 손상을 일으키는 유해물질들이 COPD의 발생 원인인데, 가장 흔한 원인은 역시 흡연이다. 담배의 종류와 관계없이 발생하고, 하루 한 갑 기준으로 10년 이상 흡연한 사람에서 만성폐쇄성 폐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간접흡연도 만성폐쇄성 폐질환의 발생 원인이 된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폐활량이 매년 조금씩 감소하게 되는데, 흡연을 하면 폐활량이 현격하게 감소한다. 관절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연령층과 비교해 관절에 일찍 무리가 오는 것처럼 만성폐쇄성 폐질환도 흡연으로 폐를 지나치게 혹사하면 쉽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흡연 이외에도 심한 대기오염이나 공기가 오염된 작업환경에서 오랫동안 일 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 노화나 단순 호흡기질환과 같이 취급해선 안돼
개인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초기에는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기침과 가래가 주 증상이다. 병이 진행되면 특히 운동할 때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병이 더욱 심해지면 휴식 할 때에도 호흡곤란 증상이 생긴다. 40세 이전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40세 이후에 주로 발생한다. 때문에 단순 노화로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있고, 천식이나 만성기침, 폐렴 등과 같은 호흡기질환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조사에 따르면 COPD 증상이 있는 사람 중 47.7%가 어떠한 치료도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을 정도다. 하지만 COPD는 전신동반 질환이 많아 전신질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각종 암, 우울증 등 및 불안, 골격근육 약화 등이 대표적으로 동반되며 이로 인한 사망률도 높은 편이다. COPD 환자 사망원인의 20% 이상이 심혈관질환과 암으로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 자각 증상 없어도 흡연자는 정기 검진 받아야
COPD는 비교적 간단하게 진단이 가능하다. 담배를 피운 적이 있거나 현재 담배를 피우는 40세 이상에서 호흡곤란 증상이 있는 경우, 가슴사진과 폐기능 검사를 해서 진단한다. 천식과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적합한 검사를 시행해서 구분해야 한다.
흡연땐 폐활량 급감, 간접흡연도 발생 원인
우울증 등 전신동반 질환 많고 사망률 높아
수년간 서서히 진행 금연이 가장 좋은 치료
만성폐쇄성 폐질환의 증상은 수년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되고, 초기에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폐기능 이상이 50% 이상 진행돼야 증상을 자각하게 되고, 이미 손상된 폐기능은 회복시키기 어렵다. 때문에 조기진단 및 조기치료는 폐활량의 감소와 만성폐쇄성 폐질환과 동반되는 다른 질환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아직 호흡곤란은 없더라도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있는 환자라면 폐기능검사를 시행해 중증환자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 금연은 필수, 빠른 치료가 삶의 질 개선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발생원인을 제거하는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흡연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담배를 끊는 것이 최우선. 금연은 폐활량 감소, 증상악화의 횟수를 줄여주며, 치료약제에 대한 효과를 높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다.
약물치료는 병의 정도 및 치료에 대한 반응에 따라 기관지 확장제와 항염증제를 주로 흡입제 형태로 사용한다. 약물치료는 증상악화 횟수를 줄여주고 삶의 질을 높여 준다. 간혹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어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가래 양의 증가 및 열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급성 악화는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 매년 독감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황사 및 대기오염이 심하면 실외활동을 삼가고, 기관지를 자극할 수 있는 연기와 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산소가 부족한 환자들은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서 장기적인 산소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가정에서도 산소치료를 할 수 있는 여러 기구가 있다. 호흡 재활치료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운동능력을 개선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치료방법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도움말=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폐센터장
윤철원기자 ycw@ekgib.com
호흡기·알레르기 총체적 검사 OK
한림대성심병원 폐센터
호흡기질환은 기침처럼 가볍게 시작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큰 병으로 악화된다. 잘못된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 부작용과 내성이 생기기도 한다. 또 단순한 호흡기질환인 줄 알았는데 알레르기가 동반되는 경우도 많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기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는 관련 전문진료과들의 협진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한림대성심병원은 ‘정확한 진단’이 생명인 호흡기질환의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폐센터’(전 호흡기-알레르기센터)를 두고 통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5명의 호흡기내과 전문의를 비롯해 알레르기내과 전문의, 폐외과 전문의 등 수십명의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으며, 호흡기 전담 흉부외과 전문의, 흉부영상의학과 전문의, 중재적 치료 전문의, 방사선종양치료 전문의들과의 다학제간 치료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검사 장비 또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아예 없는 기관지천식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관지유발검사, 수술 전후의 심폐기능 평가 및 COPD 환자들의 운동능력 평가를 위한 운동부하 심폐기능검사는 물론 형광내시경검사, 폐침 흡인생검, 기관지 동맥색전술, 알레르기 및 약물반응 검사 등 호흡기-알레르기와 관련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검사가 가능하다.
장기적인 만성질환이 많아 2차적 감염이나 부작용이 생기기 쉬운 호흡기질환 치료를 위해 폐센터에서는 외래진료실과 종합검사실을 한 곳에 배치해 효율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의 유전체응용연구소와 연계한 결핵유전체 검사로 다제내성균 결핵에 대한 빠른 진단 및 치료를 하고 있으며, 매년 500건이 넘는 형광기관지 내시경검사를 통해 폐암을 조기진단하고 있다. 중환자실에는 환자의 혈압과 혈중 산소포화도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장비와 인공호흡기를 갖추고 있어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호흡기질환은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약물 부작용이나 내성에도 신속 대응해야 한다. 처음부터 환자에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약을 사용해야 하고, 부작용이 생겼을 경우에는 빠르게 조치를 취하고, 기존 약에 이상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적절한 약으로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센터는 각 과에서 약물 부작용 사례가 생길 때마다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지역약물감시센터로 지정됐을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완벽한 약물 부작용 보고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약물 부작용에 대한 사례를 가장 많이 보고하고 있다고 병원 측은 자신한다. 문의 (031)380-3715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