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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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09년 기준 2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쌀은 국내 생산만으로 100% 자급할 수 있지만 다른 곡물은 자급률이 5%대에 불과해 95%를 수입에 의존한다.

 

연간 곡물 수입량 만도 1천400만t을 넘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세계적인 곡물 파동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 큰일난다. 당장 ‘식량전쟁’이 일어나 자급자족해야 한다면 국민의 4분의 1은 생존에 필요한 곡물을 구할 수 없다.

 

최근의 국제 곡물가 움직임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곡물 수입국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국제 추이를 보면 옥수수 가격은 1년새 70%, 콩은 50%가 올랐다. 밀 가격은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히 폭등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지수(FPI)는 7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 1월에 기록적인 231에 도달했다.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곡물가 상승은 일반 식품은 물론 사료·육류 가격을 비롯해 각종 물가로 이어졌고, 필리핀·이집트·아이티 등 만성적 식량 부족국가에선 폭동으로 번졌다.

 

올해도 2008년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곡물가가 치솟자 튀니지·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소요사태가 빚어졌고, 수출국들의 금수조치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올해 곡물 수확 전망이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요 곡물의 비축제를 추진하는 것은 다행이다. 쌀 중심의 공공비축제를 곡물비축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 45일분 소비량을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대략 밀 25만t, 옥수수 25만t, 콩 5만t 등 55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주목을 받는 정책은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이다. 논에 벼 대신 콩이나 옥수수 등을 심으면 정부가 1㏊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쌀 수급 조절 및 다른 곡물의 자급률 향상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농민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세계적인 기상이변은 ‘식량대란’으로 이어진다. 식량안보를 보다 튼튼히 다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 2009년부터 시작한 해외 농지 및 농업경영 기반 구축을 계속 지원하는 일은 곡물비축과 함께 매우 중요한 국가 정책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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