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보전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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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지난해 12월 인도 코로(koro)어와 함께 제주어(濟州語)를 ‘소멸위기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등재했다. 소멸위기 언어가 됐다는 것은 ‘이 상태가 지속되면 조만간 사라질 언어’란 뜻이다. 하지만 제주는 환호했다. 제주가 주목한 건 ‘사라진다’가 아니었다. ‘사라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권고이며 그 안에 담긴 제주어에 대한 국제적 인정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제주도에서는 제주어 소멸의 속도만큼 빠르게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07년 제주어 보존 및 육성 조례가 제정됐고, 2008년 제주어보전회가 설립됐다. 2007~2009년엔 초·중·고교생용 제주어 교육자료가 발간됐다. 제주어 주간이 지정되고 제주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지역 언론엔 제주어 방송과 제주어 신문이 연재되기 시작했다. 시내 곳곳에 제주어 간판도 걸렸다. 제주어 간판 컨설팅이 이뤄지고, 제주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의 안내 방송이 제주어로 나왔다. 일반인 관심도 높아졌다. 제주어보전회가 지난해 처음 개설한 ‘제주어선생육성과정’에는 정원을 초과한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정년퇴직한 교사와 사업가, 주부, 연극인, 문화해설사도 수강신청을 했다. 학교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제주어로 편지 쓰기’ ‘제주어 글짓기’ 등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어를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정규 교과 과정의 하나로 제주어를 가르치는 학교도 생겼다.

 

과거 학교에서 제주어는 훈육과 제재의 대상이었다. 제주어를 쓰다가 장학관에게 지적받는 교사도, 제주말 쓰다 교사에게 혼나는 학생도 제주도에선 흔했다. 2008년 제주대 국어문화원의 ‘제주지역어 생태지수 조사 보고서’를 보면, 60대가 쓰는 단어 대부분을 20대는 뜻조차 모른다고 답했다. 현재는 10~20대는 물론이고 40대조차 제주어로 소통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확실한 ‘제주어’로 존속하게 됐다. 지방방언이 아니라 문화유산으로 인정됐다. 경상도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 충청도 사투리는 있어도 경상어, 전라어, 충청어라고는 하지 않는다. 인류의 언어는 소중하다. 제주어뿐만 아니라 각 지방 사투리도 보전돼야 한다. 언어의 운명은 민족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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