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하면 가리라
옷깃만 스쳐도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너에게 확 옮겨 붙으리라
옮겨 붙어서 한 열흘쯤
두들두들 앓으리라
살이 뒤집어지고
진물이 뚝뚝 흐르도록
앓다가 씻은 듯이 나으리라
네 몸의 피톨이란 피톨은
모조리 불러내어 추궁하리라
나는 지금 휘발유 먹은 숨결,
너를 앓고 싶어 환장한 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 터득한 지혜 중의 하나가 제 몸에 독성을 지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독성이 지나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옻나무, 지나친 보호본능으로 독을 키우다가 끝내 왕따를 당하고 외로움의 천형을 받은 옻나무는 너무 외로워서 누군가 가까이만 가도 확 옮겨 붙는다. 한 번 옮겨 붙으면 밤 낮 네 몸에 진물이 흐르도록 몸을 탐하며 네가 사랑을 아느냐고 세포 깊숙이 추궁하다가 어느 날 감쪽같이 떠나버리는 사랑. 한쪽 옆구리가 시려 사랑을 앓고 싶어 환장한 사람들아, 옻나무에게 가서 한번 안겨봐라. 아-흐 옻나무에게 연애 한 수 배워보아라.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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