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씨 통해 탈북자 국내 송환” 김정기 前 총영사 언급… 한중 외교적 파장 우려

기업인들 “기가 센 여자” “실력있는 브로커” 증언

탈북자와 국군포로 국내 송환에 상하이 스캔들 당사자인 중국 여인 덩모씨(33)가 관여된 사실이 공개돼 외교적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탈북자와 국군포로 송환은 중국 정부의 비공식적 협조 아래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사실의 공개는 외교 관례에도 맞지 않는 것으로 한·중 관계를 불편하게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0일 외교가에 따르면 김정기 전 총영사와 모 영사는 언론과 인터뷰와 소명자료 등을 통해 2008년 11월 상하이 총영사관에 머물고 있던 탈북자·국군포로를 동시에 송환하는 절차도 덩씨를 통해 성사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8년 11월 탈북자 10명과 국군포로 1명이 필리핀을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온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덩씨가 중국 공안당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중요 역할을 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언급은 탈북 경로와 과정을 노출시킴으로써 탈북자 송환문제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운신 폭을 좁혀 놓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 관계자들은 “이번에 탈북자 송환이 덩씨를 통해 이뤄졌다는 사실과 그 과정이 공개된 것은 여러 측면에서 가슴 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또 상하이 당서기와 한국 고위인사와의 면담 등 민감한 사안에 덩씨가 도움을 준 사례를 김 전 총영사가 열거한 것도 한·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외교적으로 매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10일 ‘상하이 스캔들’의 진상 파악을 위해 총리실을 중심으로 법무부·외교통상부 직원 9명이 참가하는 합동조사단을 구성, 오는 13일 중국 상하이 현지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한편 덩씨와 관련된 증언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덩씨가 고문으로 있었던 상하이 주재 한 화장품회사 관계자는 그를 ‘기가 센 여자’로 기억하는 등 기업인들에게는 실력 있는 브로커로 정평 나있었다. 상하이의 한 한국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해외 생활, 특히 중국에서는 역할을 해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데 덩씨만한 실력자가 없다는 평을 내고 있다.

 

실제 덩씨는 상하이에서 한국과 중국 고위인사들의 면담을 성사시켰으며 2008년 11월과 2009년 4월 각각 상하이를 방문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위정성(兪正聲) 당서기와 한정(韓正) 시장을 면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8년 8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이끄는 국회경제문화포럼 방문단과 상하이대 주임(장관급) 간의 면담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해인기자 hik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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