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받기 쉬워진다

의료분쟁조정법 23년 만에 입법 눈앞

의료 분쟁 발생 시 피해를 구제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이른바 '의료분쟁조정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23년 만에 입법을 눈앞에 두게 됐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1988년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건의한 이후 23년간 표류했던 의료분쟁조정법은 본회의 통과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법안은 1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안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분만사고)에 대해 국가·의사 함께 배상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상죄에 대해 형사처벌 특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환자 대신 사고 경위 조사할 독립기구 설치

법안이 통과되면 의사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독립적 조정기구(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가 구성돼 의료사고를 직권으로 조사하고, 재판상 화해와 같은 감정결과를 내놓게 된다.

 

환자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했던 의료진 과실입증 부담을 중재원이 덜어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의사의 과실책임 유무를 입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소송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승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재원 내 의료사고 감정부는 의사와 변호사, 소비자단체로 구성된다. 감정결과를 받아 최종 결론을 내놓는 조정부에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이 의무적으로 참여해 준사법절차를 강화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간 평균 26개월 가량 걸리던 의료분쟁 해결기간이 빠르면 5개월까지 단축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만사고 국가·의사 함께 배상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 피해는 국가와 의사단체가 함께 공동기금을 마련, 부담한다. 보상대상과 범위는 일단 무과실 분만사고로 한정된다. 진료를 거부할 수 없지만 위험성이 상존해 있는 의료행위 특성상 필요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스웨덴과 뉴질랜드는 모든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며, 미국 버지니아·플로리다주와 일본은 출산관련 신경 손상에 한해 국가가 배상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환자와 합의하면 의사 형사처벌 면제

 

중재원에서 조정이 성립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은 경우 의사는 형사처벌(업무상과실치상죄)을 받지 않는다. 형사처벌 특례조항이 없을 경우 의료인이 조정절차를 이용할 유인이 없기 때문에 포함시킨 조항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민사문제에 합의해도 법률적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해 조정절차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밖에도 합의 후 손해배상금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공단이 대신 지불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의료기관이 건보공단에 청구한 보험금 중에서 손해배상금만큼을 떼어내 중재원에 전달, 피해자가 바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외국인환자도 조정대상에 포함돼 외국인환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해왔었다.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적용, 조정신청 없이 바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은 환자가 의료행위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고 의사들은 의료사고를 은폐하려는 경향이 강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해결책 마련이 절실했다"며 "환자단체와 관련부처, 보건의료단체 등이 합의한 만큼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안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추가절차를 거쳐 공포되고, 공포한 지 1년 후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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