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센다이 어느 초등학교 임시 게시판은 실종된 가족을 찾는 난민들 메모로 꽉찼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들은 임시 수용소인 학교 체육관에서 지낸다.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난민들에게 뜨거운 물이며 라면을 끓여준다. 그런데 난민들은 서로가 “먼저 드시지요”하고 양보한다. 불편이 많아도 불평은 없다. “정부에서 지금 한다고 하는데 우리마저 불평하고 나서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것은 한 난민의 말이다. 아픔의 통곡을 삼키며 조용히 기다린다는 것이다.
재해지역 전기보내기 절전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진피해가 적은 지역에서 전기를 아껴 지진피해가 많은 지역에 보내는 것이다. “오후 6시~8시 사이엔 불필요한 전기제품의 콘센트를 뽑아주세요” 절전지역의 트위터에 나도는 문구다. 도쿄전력은 어제부터 수도권을 5개구역으로 나눠 정전 시간대를 정해 절약한 전력을 동북부 재난지역으로 송전하고 있다.
해일로 물난리를 치루고 지진으로 불벼락을 맞은 숱한 이재민들 생활은 한마디로 참담하다. 아쉽지 않는 게 없다. 이런 가운데도 질서가 살아있다. 모처럼 오랜만에 문을 연 할인점이나 백화점에 손님은 몰려도 한결같이 살 만큼만 산다. 사재기가 없다. 약탈도 없다. 수도가 끊긴 주민들은 줄을 서 급수차를 기다렸다가 차례로 배급받는다. 지하철이 송전상태가 나빠 멎을 때가 잦다. 승객들은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데도 불평하거나 항의 할 줄을 모른다.
한 마을이 바닷물에 휩쓸려 유령도시가 된 폐허지역이 동북부 태평양 연안 도처에 널려있다. 수천명, 1만여명이 한꺼번에 실종되기도 했다. 조물주가 하늘과 땅을 만들어 사람이 살거늘, 어찌도 이렇게 모진 시련을 주는가. 일본열도는 아직도 여진이 계속된다. 공포는 공포를 낳아 동요가 심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놀라운 것은 일본 국민들의 끈기다. 침착성·참을성·협동성의 끈기가 놀랍다. 이를 통해 일본의 미래를 본다. 일본은 이번 미증유의 대지진 참사를 극복하면서 더 뭉치고 더 강해질 것이다. 무서운 사람들이다.
우리가 그같은 재난을 당했으면 우린 과연 어땠을까를 생각해본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