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친위부대가 반군의 거점인 동부 도시 벵가지로 진격했다고 외신이 전한다. 리비아 정부는 “벵가지로 가는 길목인 아즈다비야에서 알카에다와 연결된 용병과 테러리스트들이 일소됐다”며 정부군이 현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벵가지는 아즈다비야에서 북쪽으로 140㎞ 떨어진 곳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일본 대지진으로 쏠린 사이 승기를 잡은 카다피측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국영 TV에 출연해 프랑스·미국·영국 등을 거명하며 “우리들은 생명을 걸고서라도 리바아의 단결을 지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항복 안 하면 전원 사살하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리비아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 논의가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카다피군의 폭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반군은 “정부군에 의해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뤄졌다”며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지 않고 있는 데 분노를 떠뜨렸다. 만일 카다피가 인구 67만명의 벵가지를 공격한다면 르완다 같은 대학살이 자행될 것은 능히 예견된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이 위협한대로 ‘피의 강’이 흐를 게 뻔하다. 1994년 내전에서 승리한 르완다 정부는 100일 간 약 80만 명의 반군을 학살했다.
전투기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가차 없이 죽이고 있는 카다피로선 얼마든지 똑같은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 일이다. 반독재 시위로 금방 카다피 국가원수를 몰아낼 것 같았던 리비아의 상황이 한 달 만에 이렇게 급전직하했다. 한때 리바아 전체의 80%까지 장악했던 반정부 시위대는 전투기 등 압도적인 화력으로 무장한 카다피군의 맹공에 밀려 현재 최악의 수세에 밀렸다. 만일 카다피가 승리하면 국제정세는 무섭게 변한다. 우선 포기했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재개발을 시도한다. 이번 반정부 시위로 위기를 느낀 카다피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할 것은 불문가지다.
“세계가 카다피의 석유에 취해 침묵하고 있다”는 반정부 세력의 절규를 국제사회가 방치해선 안 된다. “리바아의 모든 세력은 즉각적인 정전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촉구를 받아들이도록 공조해야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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