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비가 멈췄다. 이도 봄비다. 가을비는 추위를 재촉하고 봄비는 온난을 부른다. 꽃소식은 봄의 전령이다. 꽃샘추위는 힘 잃은 한파의 시샘이다.
중국발 황사에 방사성물질이 섞였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자료다. 놀라운 건 방사성물질이 해마다 검출된 사실이다. 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황사가 집중적으로 부는 2~4월에 방사성세슘(Cs-137)이 매년 검출됐다는 것이다. 비교적 근래인 지난해 3월에도 89.6μ㏃/㎥ 농도의 낙진이 떨어졌다고 한다. 대기부유진을 기준으로 Cs-137 농도가 통상 5만μ㏃/㎥ 이상이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건 다행이나 몰랐던 방사성 낙진을 알고 보니 기분이 좋진 않다. 중국은 더욱이 산업화 물결을 타고 원자력발전소를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두고 별의별 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중국의 원자력발전소다. 가령 지금쯤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났다면 방사능이 편서풍 황사를 타고 직통으로 날아온다.
예전에도 황사가 심하긴 했다. 삼국사기엔 ‘흙비’라는 말이 더러 나온다. 신라의 고도 경상북도 경주는 한반도의 동남쪽이다. 편서풍과 거리가 좀 있다고 하면 있다. 이런데도 ‘서라벌에 흙비가 내렸다’는 것을 보면 경기지역은 지독한 황사였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편서풍이 이젠 흙비만을 뿌리지 않는다. 중국 산업화의 산물인 납 등 중금속이 흙비에 섞인 것은 오래전이다. 한데, 중금속만도 아니다. 방사성물질까지 편서풍이 실어 나른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아직은 인체에 영향이 없다지만 언제까지나 괜찮을지는 의문이다.
봄의 불청객인 황사는 참으로 골치 아픈 단골이다. 이번 꽃샘추위가 끝나고 나면 5월까진 또 흙비에 시달려야 된다. 황사가 자연의 재해가 아닌 문명의 인재인 사실이 점점 더 두려워진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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