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질환 정복 프로젝트> (6) 경추-척추센터

목 뻣뻣하고 통증오면… 후종인대골화증 의심을

김성배씨(50·안양 동안구)는 최근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단순한 낙상 사고였지만 김씨는 갑자기 목아래 쪽으로 사지가 마비돼 인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실로 급히 이송됐다. 사실 김씨는 몇 년 전부터 팔다리에 힘이 없어 보행장애가 있던 후종인대골화증 환자였던 것. 김씨는 척추센터로 옮겨져 김석우 교수로부터 경추 후방 중앙분리형 후궁성형술을 받았다. 수술 결과는 대성공, 그동안 거의 움직이지 못하던 양쪽 다리 근력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일주일째부터 보행운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한달 뒤에는 거의 정상으로 회복돼 혼자 보행기를 이용해 화장실을 갈 수 있게 됐으며 대소변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 딱딱해진 인대가 척수 눌러서 사지마비

 

‘후종인대’란 척추뼈, 특히 목뼈(경추)의 뒷부분에 붙어 척추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인대를 말한다. 이 인대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신경관과 인접해있는데, 뇌에서 사지로 전달하는 운동신경, 사지와 몸통 각 기관에서 뇌로 전달하는 감각신경 등 중요한 신경들이 모두 이곳을 통해 전달된다. 그런데 후종인대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딱딱하게 굳으면서 두께가 두꺼워져 신경을 누르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운동 및 감각신경에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 후종인대골화증이다. 초기에는 마치 목디스크처럼 가벼운 증상만 나타나지만,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수술 여부와 상관없이 전신이 마비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 뇌졸중과 척수증, 이렇게 같고 이렇게 달라

 

신경이 눌리는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별다른 증상이 없다. 초기에는 목이 뻣뻣하고 목을 앞으로 숙일 때 손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더 진행이 되면 젓가락질이나 단추끼우기를 잘 못하는 등 손놀림이 부자연스럽고 손과 다리의 힘이 빠지고 걷는 자세가 매우 불안하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통틀어 척수증이라고 하는데, 척수증은 퇴행성 변화, 외상, 목디스크, 경추협착, 류마티스 관절염, 선천성 변형 등에 의해 목뼈의 뒤쪽으로 지나가는 척수 신경이 과도하게 압박되는 경우에 나타나며, 후종인대 골화증은 이러한 척수증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다.

 

주의할 점은 대개 나이가 들면서 몸의 동작이 둔해지는 자연적인 노화현상이나 뇌졸중으로 오인하게 되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뇌질환의 경우 대개 뇌 기능의 이상을 동반하게 되어 얼굴이나 눈·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판단이 흐려진다. 그리고 대부분 편측으로, 즉 오른쪽 또는 왼쪽이 한쪽씩 팔과 다리에 동시에 기능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척수증은 목 이하의 기관에만 이상을 초래하게 되므로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고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더라도 머리(뇌)의 기능은 극히 정상으로 사물을 판단하거나, 말을 하거나 기억, 눈 동작, 얼굴 모양 등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 오래될수록 신경회복 어려워, 빨리 수술해야

 

약물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 통증의 감소를 노릴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후종인대의 상태에는 변화가 없다. 딱딱하게 굳은 인대에 의해 신경압박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경우 척수신경에 되돌릴 수 없는 변성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수술을 시행해도 이미 손상된 신경 기능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 반드시 경험 풍부한 전문의에게 수술받아야

 

척수관은 직경 15㎜밖에 안 되는 좁은 신경관이다. 뇌에서 온몸으로 가는 모든 신경과 혈관이 밀집해 있고, 기도와 식도 등 생명과 직결되는 주요 기관이 앞으로 지나간다. 수술 과정에서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신경손상을 가져올 뿐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다. 따라서 경추수술은 수술 중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신경과 혈관에 손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경추수술의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로부터 받아야 한다.

 

가벼운 증상 방치땐 전신마비 가능성도

 

오래될수록 신경회복 어려워 빨리 수술

 

장시간 고개숙이기·과도한 목운동 금지

 

후종인대골화증에 기존에는 경추 후방에서 실시하는 후궁절제술 후 나사고정술이나 경추 전방에서 실시하는 골제거 및 이식술, 유합술과 같은 고정술이 시행됐으나 위험도가 높고 환자 만족도가 낮았다. 때문에 최근에는 신경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방에서 신경관을 넓혀주는 후궁성형술이 시행되고 있다. 이 방법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는 기존의 목 움직임을 50~70% 정도 유지하고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되는 등 삶의 질에 현저한 개선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경추 후방에서 중앙 분리형 후궁성형술을 주로 실시한다. 수술을 경추 중앙에서 실시하여 과거 한쪽 경추에서만 실시하던 수술에 비해 환자의 적응성, 재활 운동성을 향상시켜준다.

 

김석우 교수팀은 2008년 9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총 225분절(44명) 환자에게 중앙분리형 후궁성형술을 시행, 97.5%의 환자에서 만족할 만한 수술 결과를 얻었으며, 1인당 평균 통증도 수술 전에 비해 40.2% 감소했다. 특히 운동기능의 향상이 두드러져 걸음까지 제대로 못 걷던 중증 환자의 대부분(82.4%)이 보조기 없이 스스로 활동하게 됐다.

 

■ 과도한 목운동이나 무리한 자세 피해야

 

평소에 목 관절 건강을 위해서는 한 자세로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는 동작을 피해야 한다. 무리하게 목 부위에 체중을 가하는 운동을 하거나 무거운 짐을 머리에 지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가끔씩 목 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여 주거나, 목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손으로 맞대고 머리를 좌우, 전후로 밀어주는 목 강화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서는 대개의 퇴행성 척추 질환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목 운동을 삼가고 목의 굴곡을 심화시키는 엎드려서 책보기, 누워서 텔레비전 보기, 높은 베개 베기, 소파에 장시간 눕기와 같은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습관적인 목 돌리기와 목 꺾기는 경추와 추간판에 손상을 주어 경추골의 비후 및 후종인대 골화 등 퇴행성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도움말=김석우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 교수

 

윤철원기자 ycw@ekgib.com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

 

고난도ㆍ재수술 선두 경추 수술의 메카로

 

지난 2006년 문을 연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는 고난이도 경추수술의 메카로 통한다. 특히 경추수술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고난도 수술, 재수술에 있어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는 ‘The SPINE Journal’이 인정한 한국인 최초의 논문 심사위원, 국내 최초 경추인공디스크 치환술 PCM-V 시술 성공 등 이름 앞에 늘 ‘최초’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김석우 센터장이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정형외과 교수 3명, 임상강사 1명, 신경외과 교수 1명, 전공의와 전문 간호사 4명, 코디네이터 1명, 수술 전문 간호사 1명, 응급구조사 1명 등 12명의 전문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외래 진료실 5개, 교육실, 처치실은 물론 최첨단 3D 외과수술 전용 X선 촬영기(C-arm), 광학현미경(microscope), 신경감시장치 등 대규모 최첨단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센터 설립 이후 2009년 12월까지 3년 반 정도의 시간동안 총 외래 5만4천608명, 총 입원 5만2천472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국내 최정상급의 진료규모를 소화하게 됐다.

 

기존에 척수증 수술은 좁아진 신경관을 넓히기 위해 한 쪽 뼈를 무조건 터놓거나, 나사못을 박거나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는 수술 후 목이 고정돼 운동이 제한되거나 신경손상의 위험이 높았다. 또 장기 재활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과 신경이 근육이나 살에 붙을 수 있어 재수술이 힘들다는 문제 등도 따랐다.

 

그래서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에서는 ‘경추후방 중앙분리형 후궁성형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목 뒤쪽을 절개해 좁아진 신경관을 넓혀주는 방법이다. 외과수술 전용 X선 촬영기로 정확한 수술 위치를 잡고, 목 뒤쪽을 절개해 신경관을 압박하는 후종인대를 0.1㎜의 가는 실톱으로 자르고 신경관을 넓힌다. 신경관이 다시 좁아지는 것을 막고, 신경이 근육과 살에 노출돼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열린 신경관에 작은 인공뼈 6개도 일정한 간격으로 벌려 삽입한다. 이를 통해 경추의 운동 기능이 정상에 가깝게 되살아날 수 있게 된다.

 

이는 매우 어려운 수술이다. 직경 8㎜도 안되는 경추의 좁은 신경관에는 뇌에서 온몸으로 가는 모든 신경, 혈관이 밀집해 있고 기도, 식도 등 생명과 직결되는 주요 기관이 앞으로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극도로 위험한 수술로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다보니 이 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김석우 센터장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몇 명 되지 않는다.

 

척수증 외에 경추 디스크(목 디스크) 수술에도 센터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03년 11월 국내 처음으로 경추인공디스크라는 기기를 도입해 소개한 이래, 중국과 대만 등에까지 경추 인공디스크 수술 확산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센터는 세계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경추 전문 척추기관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있다. 매년 SCI급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최근 아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뇌성마비 환자의 경직성 하지마비를 수술로써 완화시키는 선택적 후궁신경근절제술을 도입, 뇌성마비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척추센터는 앞으로 척추와 관련된 모든 질환을 책임질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대학 척추병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문의 (031)380-6000

 

경기일보ㆍ한림대의료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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