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악몽 씻고 희망 키워요”
“구제역으로 앓던 시름이 한 순간에 날아가네요.”
23일 오전 11시 가평군 하면 신하리 신우주농장(농장주 김보영·55)에 5~6개월 된 암송아지 10마리가 보금자리를 틀었다.
구제역으로 가축이동제한이 시작된 지 100일 만에 가평지역에서는 신우주농장이 처음으로 새식구를 맞았다.
김 사장과 주민 6명은 새식구를 맞는다는 들뜬 마음에 아침부터 농장 앞으로 달려 나와 송아지를 기다렸다.
2시간여가 지나자 송아지 10마리를 태운 9t 트럭 한대가 농장 앞에 도착했다.
주민들은 트럭 뒷문을 열고 행여라도 다칠세라 조심스럽게 송아지들을 트럭에서 내렸다.
햇빛을 받아 황금색깔을 띤 송아지 10마리는 발이 땅에 닿기가 무섭게 껑충껑충 뛰며 농장 안으로 들어갔다.
자식 같은 소 묻을 땐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
뛰어다니는 소 보니 그간 고생 말끔히 사라져
김 사장과 주민들은 농장 안으로 차례로 들어서자 송아지들을 보며 유난히 추웠던 겨울과 구제역으로 고생했던 시련들이 말끔히 해소된 듯 감격에 젖었다.
김 사장은 “다시는 소를 못 키울 줄 알았다”며 입식되는 송아지를 보고 눈시울을 붉혔고 이웃들은 박수와 환호로 송아지들을 맞이했다.
가평군 신하리는 지난해 12월 중순 구제역이 온 마을을 휩쓸어 20개의 농장에서 600여마리의 소가 살처분돼 축산기반이 붕괴됐다.
김 사장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기르던 소들이 구제역 양성반응을 띄자 주변에 매몰지를 만들고 38마리의 소를 땅에 묻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자식처럼 키우던 소를 묻을 때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축산인으로 살아왔던 20여년의 순간도 ‘아! 이젠 끝이구나’하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살처분 당시를 회상했다.
살처분 이후 김 사장은 새벽이면 밥 달라고 우는 환청에 시달려 한달 가량을 자신도 모르게 새벽 5시면 일어나 텅 빈 축사에 나가 사료를 옮기고 농장 이곳저곳을 소독했다.
또 살처분 보상금으로는 생계가 막막해 인근 골프장에 청소용역으로 나가야만 했다.
“밀린 사료값이라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골프장 청소자리도 알아봤다”며 “인근에서 소를 묻은 사람들은 전부 청소일이나 식당에 나가 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북부취재본부=이상열기자 sy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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