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축재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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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은 돈 없으면 불가능하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내셔널 저널’은 미국이 지난 19일 공습 첫날에 미사일 발사에만 1억달러(약 1천124억원) 이상을 썼다고 전했다.

 

ABC 방송에 따르면 공습 첫 3일간 미국과 영국군이 발사한 토마호크 미시일 값만 2억2천500만달러에 달한다. B2 폭격기 3대가 25시간 동안 비행한 비용이 600만달러다. 이들 폭격기들이 사용한 정밀유도폭탄 45개의 가격도 100만달러 이상이다. F15전투기의 경우, 미사일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더라도 비행에 드는 비용만 시간당 수백만달러에 이른다. 추락한 F15 전투기를 대체하는 데도 3천만달러 이상이 든다. 유가 급등으로 전투기와 군함에 드는 기름값도 매주 수백만달러다. ABC는 “리비아 군사작전이 조기에 끝나지 않는 한 미국 정부가 의회에 추경예산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라고 전했다.

 

영국에서도 전쟁비용이 국방예산을 초과할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언제 종전이 이뤄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토네이도 전투기 비행에는 시간당 3만5천파운드(약 6천200만원), 타이푼 전투기의 경우는 시간당 7만파운드가 든다. 토네이도에서 발사한 스톰 새도와 브림스톤 미사일 가격은 개당 75만~80만파운드다.

 

전쟁비용을 많이 쓰기는 독재자 무하마르 카다피가 앞선다. 용병(傭兵)들에게 1만달러의 계약금과 매일 1천달러(약 120만원)의 전투수당을 지급한다. 북아프리카의 유목민 투아레그족이 카다피의 용병이 되기 위하여 리바이로 모여들고 있다. 투아레그족은 카다피가 1972년 아랍권을 수호하겠다며 비정규 사병조직 ‘이슬람여단’을 만들 때 참여했었다. 투아레그족 외에도 리비와와 국경을 맞댄 알제리·니제르 지역의 투아레그족도 카다피 용병에 들기 위해 리비아로 오고 있는 중이다.

 

국제사회가 카다피 자산을 동결하면서 돈줄을 죄고 있지만 카다피가 ‘금(金) 방석’ 위에 앉아 있는 한 재정적으론 난공불락이라고 한다. 카다피가 보유하고 있는 금 143.8t은 시가로 65억달러가 넘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축재가 놀랍다. 카다피가 앞으로 수년간 용병과 친위대에게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한다. 리비아 사태는 돈(錢)의 전쟁이 됐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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