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면 서민들 심경을 뒤집어 놓곤 하는 것이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및 등록사항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는 부자다. 부자여서 고위공직자가 됐는지, 고위공직자가 되어 부자가 됐는진 모르겠으나 어쨌든 부자들이다.
그렇다고 초가집도 비새는 집에서 살았다는 황희 정승 같은 청빈을 능사로 치는 것은 아니다. 가난은 미덕이 될 수 없다. 누구든 살 만큼은 잘 살 권리가 있다. 행복추구권이다.
그런데 고위공직자 재산을 보면 잘 살아도 너무 잘 산다. 수십억원은 약과고 수백억원대 재산이 즐비하다. 기묘한 것은 1년에 수억대에 이르는 재산증식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세가 올라서라고 하지만, 1년에 수백만원 모으기도 힘든 서민들이 보기엔 정말 요지경 속이다.
기업하는 사람이나, 장사하는 사람 같으면 한 해동안에 얼마를 벌든 이해가 간다. 돈 버는 게 본업인 것이 기업인이고 상인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는 돈 버는 게 본업은 아니다. 명색이 고위공복자다. 이런 공복자가 돈 버는 게 본업인 시민들보다 더 잘 버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괴이한 것은 부모, 자녀 등의 재산고지거부권 남용이 심한 점이다. 공직자 윤리법은 독립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모나 자녀가 정액소득이 있으면 재산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이를 원용하는 것이 고지거부권이다. 전국의 신고대상 고위공직자 2천265명 가운데 650명(28.7%)이 부모나 자녀의 재산공개를 거부했다.
이같은 거부는 부모나 자녀가 본인이 벌거나 자기돈으로 살기 때문이라지만, 증여 또는 은닉재산의 은폐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진짜 재산공개의 의의를 살릴 요량일 것 같으면, 부모나 자녀 등 직계가족 재산도 공개하는 것이 떳떳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거부한 고위공직자 면면을 보면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아지는 이들이 적지않다. 아마 직계가족의 재산이 공개되면 이들 고위공직자 재산 또한 더 늘어날 것이다. 부모나 자녀 등 재산도 공개 의무를 지우거나, 고지거부권을 더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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