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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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夜學)’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정규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주는 사회교육기관이다. 사회의 관심 밖에서 자칫 무기력해질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야학은 사회규범과 정서적인 안정, 생존 능력을 골고루 가르친다.

 

야학은 역사도 깊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된 야학은 무산자의 자녀들을 받아들여 교육함으로로써 민족애 고취에 크게 기여했다. 8·15 광복 후에도 국민계몽운동의 하나로 계속 이어져왔다. 5·16 이후의 재건학교도 야학이다. 재건학교는 고등공민학교·새마을학교·향토학교 등의 이름으로 그 명맥이 현재도 이어진다.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정규학교 진학률이 높아져 야학이 적잖게 없어졌지만 우리 사회에는 야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큰 뜻을 이룬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야학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정책 당국자들의 안이한 인식 탓이다. 우선 야학 예산배정 주체였던 보건복지부가 지원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보조를 맞추던 지방자치단체도 덩달아 지원을 끊었다. 과거 문화관광부가 꾸준히 지원해오던 야학을 2006년부터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담당하면서 지원이 줄었다. ‘주경야독’형 청소년들이 줄어 야학에서 공부할 학생수도 감소했다고 판단한 탓이다. 여성가족부도 “요즘은 밤에 공부해야만 하는 환경에 놓인 학생이 거의 없으니 청소년 야학에 대한 보편적인 수요가 있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판단한다. 현실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중·고 학업중단 청소년 현황’에 따르면 2006년 학교를 떠난 학생 수는 5만7천148명에서 2009년 7만2천86명으로 3년 만에 1만5천여명이 늘었다. 성남 지역만 해도 한 해 1천600여명의 중고생이 학교를 떠났다. 가정불화, 빈곤 등의 이유로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의지하는 곳은 주로 야학이다. 야학은 사회교육의 한 형태로 제도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에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보상적 기능을 수행한다. 예컨대 1982년 문을 연 이래 최근 제29회 졸업생을 배출한 ‘신갈야학’과 최근 출범한 포천의 ‘솔모루장애인야학’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야학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예산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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