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약은 선거의 필수과목이다. 그러나 이행 여부는 선택과목이다. 어느 누구도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 당선자는 없다. 유권자의 입장에서도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면, 그 후보자의 공약이 다 옳다고 봐 표를 주는 것은 아니다. 안 지켜도 문제고 지키는 것도 능사가 아닌 게 선거공약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국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고 다음 세대까지 부담을 주는 이런 사업을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백지화는 잘한 일이다. 비좁은 국토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지방공항이 14군데나 된다. 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나머지는 적자운영이다. 고속도로가 사통팔달하고 있다.
그런데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또 있다. 우선 민주당이 그렇게 말하고, 심지어는 같은 한나라당의 박근혜 의원도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해야 된다”는 것이다. 약속도 약속 나름이다. 별 볼 일 없는 공항을 9조원이나 들여 또 만드는 것은 재정 집행의 적정성에 위배된다. 박근혜 의원은 “신공항이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무책임한 소리다. 이런 둔사는 지도자다운 자세가 아니다.
MB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은 대통령 후보 시절의 약속이다. 그리고 백지화는 대통령으로서의 공약 파기다. 표가 아쉬운 후보 땐 비록 사탕발림 약속을 했지만, 막상 당선돼 살림을 맡고 본 나라 속사정은 그럴 형편이 아닌 것이다.
MB의 신공항 백지화를 비난하는 민주당이나 박근혜 의원도, MB가 후보 시절에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마다하지 않던 똑같은 대중영합주의다. 검증되지 못한 공약 포퓰리즘 폐해가 다음 대선에까지 악순환을 거듭할 것이 안타깝다.
‘그들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건설해 준다고 약속한다’고 했다.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 후루시초프의 말이다. 서구식 민주주의의 선거 방식을 빗대어 서방세계 정치인들을 이렇게 비난했다. 이 말이 생각나는 것은 우리의 정치인들 역시 다름이 없어, 도가 지나친 것 같아서다. 정치인들이 근거없이 내뱉는 달콤한 말은 뱀의 이빨에서 나오는 독과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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