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보다 보면, 허리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등의 치료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고, 향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 드리면, 간혹 남성 환자 분들의 경우에는 진료실 밖을 나가자 마자 한숨을 쉬며 담배부터 꺼낸다. 흡연을 통해 현재 심정을 조금이나마 위안하기 위해 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진료실에 있는 나로서는 장시간의 설명이 한순간에 말짱 도루묵이 되는 시점이다.
흡연을 하면 허리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45세 이하 젊은 연령층의 흡연자들은 요통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허리 통증은 감기를 제외하고는 일상적인 생활 또는 업무를 방해하는 가장 빈번한 증상이다. 성인 10명 중 8명이 허리 통증을 경험할 정도로 흔하기 때문에 요통 예방이나 치료는 의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흡연은 단순 요통 뿐만 아니라 허리 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의 중요한 원인이며 이미 수술한 허리 디스크 환자의 추간판 탈출을 재발시키는 주원인이기도 하다.
장기 흡연땐 만성 기침 유발 복부 압력 높아져
디스크 탈출 위험↑… 수술환자는 금연 필수
흡연은 백해무익한 허리 건강에 좋지 않은 기호 식품이다. 흡연을 하면 미네랄 성분이 줄어 뼈에 구멍이 생기는 골다공증을 야기하고 척추뼈의 혈액 순환이 줄어 허리디스크에 영양 공급이 어려워 진다. 특히, 골융합 등의 고정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혈액 내 산소량이 줄어들고 일산화 탄소량이 높아지면서 혈관이 수축하게 돼 뼈의 생성과 융합이 잘 일어나지 않아 수술 실패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흡연을 오랜 동안 하다 보면, 만성적으로 기침을 하게 되는데, 이때 복부 내 압력이 높아지면서, 디스크의 압력 역시 높아져 디스크의 탈출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건강한 사람은 물론 요통이 있거나 수술한 환자라면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
미국 과학 논문 유레 칼러트, 과학 웹진 사이언스 데일리 등의 보고에 따르면, 흡연과 허리 건강과의 악화 원인에 대해 언급한 것이 있다. 담배를 피운 기간을 1~10년, 이후는 5년 주기로 나눠 흡연 기간과 만성 요통 위험도를 분석했다. 금연 여부와 상관없이 16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은 10년 이하 담배를 피운 사람에 비해 만성 요통의 위험이 2배 이상 높았다. 26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들도 10년 이하로 피운 사람에 비해 만성 요통의 위험이 꾸준히 증가했다. 만성 요통은 담배를 얼마나 자주 피우는지, 하루에 얼마나 많이 피우는 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흡연을 하게 되면, 만성적인 기관지염에 의해 잦은 기침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복압이 증가하면서 추간판 내의 압력이 높아져, 돌출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또한, 담배내에 축적되어 있는 니코틴은 추간판 주위에 있는 척추의 혈액 순환장애를 일으키며, 원활한 영양 공급을 방해하게 된다. 이로 인해 추간판 자체는 노화(퇴화)가 더 빨리 진행되게 되는 것이다. 장기간의 흡연 자체는 척추뼈의 골다공증도 야기 시킨다. 골다공증이 야기 되면, 척추 뼈의 내부 구조가 부실하게 되면서 골절도 발생이 가능하며, 요통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흡연은 백해 무익하다.
허리 통증이 심해 생활하기 힘든 경우, 본인 스스로 금연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흡연자 자신의 결심 하나에 달려 있다. 모진 결심만 하면 곧 끊을 수 있는 것이 이 흡연의 악습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말할 수가 있다. 금연으로 인해 기분 전환도 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허리 건강도 되살리는 일석 이조의 기쁨을 누려 보도록 하자. 김진균 오산 다나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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